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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사설] 1년 만에 전직 대통령 구속 또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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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어제 이명박(MB)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대통령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조세포탈 등 10여개의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수사의 쟁점이었던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가 이 전 대통령 소유라고 영장에 적시했다. 지난 14일 소환조사 이후 닷새 만이다. 이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 사상 네 번째로 사법적 단죄에 처한 전직 대통령으로 기록되게 됐다.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 박 전 대통령에 이어 1년 만에 전직 대통령이 또 영어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검찰은 혐의가 중대하고, 혐의사실이 충분히 소명되는 데다 증거인멸의 우려가 크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영장 청구 배경을 설명했다. 다른 피의자와의 ‘형평성’도 크게 고려됐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 구속 여부는 이르면 내일 열리는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최종적으로 가려진다.

이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가 사실이라면 엄중한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위법 행위에 대한 단죄에선 전직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성역이 있을 수 없다. 그것이 우리가 믿는 헌법 정신이다. 그러나 인신 구속에는 신중해야 한다. 그 또한 법치 정신에 부합한다. 우리 헌법 제27조 4항은 ‘형사 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형사소송법은 헌법을 토대로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을 경우 불구속 수사토록 하고 있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 사건에 연루된 다른 피의자들과의 형평성 등을 들어 구속의 불가피성을 주장하지만 헌법 정신을 거스를 수는 없다.

여론은 불구속보다 구속 의견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인신 구속은 여론의 향배를 쫓을 사안이 아니다. 어느 쪽이 헌법 정신에 부합한지 판단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 땅바닥으로 떨어진 국가적 위신도 고려해야 한다. 전직 대통령을 연이어 포승줄로 묶어 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 과연 옳은지 곰곰 생각해볼 일이다. 모두가 자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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