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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호주서 '로힝야 학살'로 곤욕 치른 아웅산 수치, 대중연설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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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호주 의회 방문한 아웅산 수치[로이터=연합뉴스]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호주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로힝야족 인종청소 문제를 방관하고 옹호했다는 이유로 곤욕을 치른 미얀마의 최고 실권자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이 대중을 상대로 한 연설을 전격 취소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19일 보도했다.

최근 시드니에서 열린 호주-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 후 캔버라로 자리를 옮겨 맬컴 턴불 총리와 회동한 수치는 이날 로위 연구소(Lowy Institute)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수치는 이날 오후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행사 참석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로위 연구소 측은 성명을 통해 "오늘 오후 주호주 미얀마 대사관 측이 수치 자문역의 행사 불참을 통보해왔다. 불참 이유는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행사는 취소됐다"고 설명했다.

로위 연구소 연설은 나흘째 호주에 머무는 수치가 대중과 만나는 유일한 행사로, 기조연설과 질의·응답 등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한때 미얀마의 민주화와 인권의 상징으로 추앙받았고 노벨평화상까지 받았던 수치 자문역은 그러나 로힝야족 탄압을 방관하고 옹호한다는 비판 속에 어느새 '인권탄압 대명사'로 추락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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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 같은 수치는 노벨상 반납하라[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유엔 고위 관리들은 미얀마군이 로힝야족을 상대로 '인종청소' 또는 '제노사이드'(집단학살)를 저질렀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는 만큼 관련자들을 국제 법정에 세워야 하며, 이를 방관한 최고 실권자인 수치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호주-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도 수치는 로힝야족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정상회의 기간 시드니 시내에서는 시위대가 수치 자문역을 독일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로 묘사한 표지판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1991년 수치에게 주어진 노벨평화상을 박탈하라고 촉구했다.

일부 변호사들은 수치 국가자문역을 인권범죄 혐의로 법정에 세우기 위한 '사인소추'(私人訴追)를 추진했다.

사인소추란 피해자나 관계인 등 개인이 직접 법원에 가해자를 상대로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호주 법무부는 국제법에 따라 국가 지도자와 정부 수반, 외무장관 등에 주어진 면책특권을 이유로 변호사들이 제기한 소를 기각했다.

아세안 회원국 정상들이 모두 참석한 정상회의장에서도 수치가 공격받는 상황은 이어졌다.

특히 로힝야족 문제를 앞장서서 비판해온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라카인주의 상황은 더는 (미얀마의) 내정 문제로 남아있지 않다. 이 문제는 역내 국가들을 위협하는 심각한 안보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얀마 정부의 박해에 미래를 잃은 로힝야족이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등에 포섭돼 급진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나집 총리가 이 발언을 할 때 수치 자문역은 불과 수 미터 떨어진 곳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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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한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왼쪽)와 미얀마의 실권자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오른쪽)이 나란히 앉아 있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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