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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앵커브리핑] '그건 모두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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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시절에 그의 책을 만드는 과정에 여러 번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조작된 문서다", 측근들의 "허위진술"이다, "나만 깨끗하게 한다고 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는 전직 대통령.

그 말들은…그저 거짓으로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

그러면서, 그는 과거에 자신이 만나본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에 대한 일화를 전해주었습니다.

"실패한 이야기도 해주십시오"

성공담뿐만 아니라 패배한 뼈아픈 경험도 넣어야 했기에…책을 준비하던 이들은 실패담을 들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참으로 묘했던 것은 실패했다는 그 이야기 역시, 무늬만 실패일 뿐 종래에는 아름다운 승리로 마무리가 되더라는 것…

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난처했습니다.

"이렇게 하시면 책이 재미없어집니다"

설득하려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대략 이러했다는군요.

'나는 적이 많은 사람…

실패를 인정하는 순간

나는 부정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나는 실패를 실패라고 여기지 않는다…

실패도 성공이다'

그의 면전에서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회상성 기억조작" 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자기방어를 위해서 본인에게 유리한 기억만 조작해 재구성하는 심리를 일컫는 말…

이러한 공식에서 본다면 '나는 모른다','서류는 조작되었다' 는 그의 말은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풀빵 장수를 거친 후 샐러리맨으로 성공신화를 쓰고 대통령이 되기까지…

그래서 그는 늘 입에 붙은 대로 '안 해본 것이 없는' 사람이었고….

"내가 장사를 해봐서 아는데" - 2011년 2월

"나도 배를 만들어봐서 아는데" - 2010년 4월

"나도 한때 수재민이어서 아는데" - 2010년 9월

"내가 어린 시절 노점상을 해봐서" -2008년 12월


컴퓨터가 달린 불도저처럼 모든 실패를 묻어버리고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렸는지도 모를 일이지요.

그러나 그 모든 허상들이 지나간 뒤에 우리의 앞에 남겨진 것들…

350억원대 특경법상 횡령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110억원대 특가법상 뇌물

특가법상 국고손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특가법상 조세포탈 … 6개 죄명 · 18개 혐의


어찌 보면 그는 자신의 임기를 통틀어 우리 모두를 회상성 기억조작의 공범으로 만들려 했던 것은 아닐까…

군과 국정원과, 그리고 그가 장악했던 언론을 통해 이뤄졌던 그많은 여론의 왜곡은 바로 그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그는 예나 지금이나 이렇게 외치고 싶은 것.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여러분

저는 그러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누가 나에게 돌을 던질 수 있습니까"

- 2007년 8월 17일 < 한나라당 제17대 대통령 후보 선출 선거 합동 연설회>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손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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