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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데이터 후진국될라'..금융정보 '보호'서 '활용'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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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정보보호' 치중하다 빅데이터 활성화 수년째 제자리…최종구 "근본적 정책방향 전환 추진" ]

신용정보를 활용한 빅데이터 활성화는 금융당국이 수년째 추진한 정책이다. 하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법적 불확실성 때문이다. 현행법상 개인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선 동의를 얻어야 하고 수집목적 외에 사용하기 위해선 건마다 동의를 얻어야 한다. 사실상 빅데이터 활용이 불가능한 구조다.

정부가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해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제거한 비식별화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이 가이드라인을 따른 금융기관들이 시민단체로부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데이터 선진국과 벌어지는 격차=한국이 규제에 잡혀 제자리를 맴돌 때 해외에선 금융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가 속속 등장했다. 특히 후발주자인 중국이 ‘정부의 강력한 추진력과 풍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급부상했다. 알리바바 계열의 ‘마이뱅크’와 텐센트 계열의 ‘위뱅크’는 통신 및 온라인쇼핑 정보 등을 활용, 금융거래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중금리대출을 제공한다. “중국은 빅데이터 알고리즘 왕국”(영국 이코노미스트 )이란 평가까지 나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데이터를 활용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나가는 전세계적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정보보호와 데이터 활용간 균형을 회복하는 근본적인 정책전환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익명정보’ 도입으로 금융정보 흐름 막는 둑 허물어=최 위원장은 “금융데이터는 ‘물’과 같다”며 “막힘없이 흘러야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흐름을 막는 법적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신용정보법(신정법)에 ‘익명정보’ ‘가명처리정보’ 개념을 도입한다.

익명정보는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완전히 제거한 정보로 정부는 법에 ‘개인정보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기재할 방침이다. 개인정보가 아니기 때문에 자유롭게 분석과 활용이 가능해진다. 금융위 관계자는 “익명정보 개념 도입은 4차 산업혁명위원회 주관으로 관련 단체, 산업계, 학계 등과 함께 이미 협의를 마쳤다”며 “신정법이 개인정보보호법의 특별법이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과 법적 충돌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명처리정보’는 암호키가 없으면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정보다. ‘익명정보’보다는 삭제한 정보의 범위가 적어 정보로서 가치가 더 크다. 금융위는 암호키의 분리보관을 전제로 가명처리정보를 과학연구, 통계작성, 공익목적의 기록보전 등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데이터 활용이 가져올 변화= 금융위는 금융데이터 활용이 본격화하면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특히 다양한 정보를 활용한 신용평가시스템 고도화로 개인과 기업에 대해 정확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

현재는 금융정보를 기초로 신용평가가 이뤄져 청년층 등 금융이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불이익을 받았다. 통신료, 공공요금, 세금, 사회보험료 등의 납부실적 정보가 공유되면 금융정보가 부족해도 신용평가를 높게 받을 수 있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아예 비금융정보만 분석하는 특화 CB(신용정보평가)사 설립도 허용할 방침이다.

개인의 신용등급 등을 관리해주는 서비스도 본격적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현재 개인의 신용정보는 CB사 등이 제한적으로 제공하지만 금융위는 ‘본인신용정보관리업’을 도입, 신용정보를 종합관리하게 하고 소비패턴, 위험성향 등을 근거로 종합자산관리서비스까지 제공토록 허용할 계획이다.

최 위원장은 “신용정보는 소수에게 집중된 금융서비스를 많은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게 한다”며 “대형 금융회사에 집중된 고객정보가 공유된다면 금융산업의 독과점 구조도 혁파될 수 있다”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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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제공 동의절차 단순화, 개인정보 결정권은 강화=개인의 정보보호제도도 바뀐다. 현재 모든 정보 제공시 이뤄지는 동의절차는 단순화하고 내실화한다.

너무 길어서 읽어볼 수도 없는 정보제공 동의서는 요약정보만 제공하고 일괄동의 관행도 활용목적, 기관별로 구분해 선택적으로 동의할 수 있도

록 개선한다. 이후엔 제한적으로 사후거부제 도입도 검토한다. 사전에 일일이 동의받는 대신 사후에 주기적으로 정보활용 내역을 통지하고 활용에 대한 거부 여부를 묻는 제도다.

개인의 자기정보결정권은 강화한다. 이에 따라 알고리즘에 따른 개인신용평가, 보험료 자동산정시스템 등 자동으로 결정되는 분석결과에 개인이 설명을 요구하거나 이의를 제기토록 프로파일링 대응권을 도입하고 개인신용정보를 다른 금융회사나 본인에게 제공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개인신용정보 이동권도 도입한다.

김진형 기자 jh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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