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3 (월)

은행권, 돈 안 되는 지자체 금고 유치 왜 목맬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주요 시중은행들이 대형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자금을 관리하는 금고를 유치하고자 경쟁 중이다. 그러나 지자체 금고의 면면을 따지고 보면 은행의 수익 증대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은행들은 지자체 금고를 유치하고자 사활을 걸고 있다. 왜일까.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기존 은행과 금고 수탁 계약이 올해 만료되는 지자체는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전라북도, 제주특별자치도, 세종특별자치시 등 5개다. 이들 지자체 금고 규모를 합치면 60조원 안팎에 이르며 이중 서울과 인천의 금고 규모를 합하면 40조원에 이른다.

103년 만에 복수금고 체제를 택한 서울시 금고지기 자리는 우리은행, 신한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고 8조원에 이르는 인천시금고를 두고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이 경쟁 중이다.

금고지기를 맡는 은행은 계약을 맺은 4년간 지자체 예산과 기금 관리, 세금 수납과 세출 지급 등의 업무를 맡는다. 또 지자체와 협업해 다양한 지역 친화형 제휴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장점을 얻어내기까지 상당한 출혈이 있어야 하고 출혈을 통해 금고를 유치했다고 해도 은행에 돌아오는 수익이 한정적이라는 점이 문제로 꼽히고 있다.

은행들은 지자체 금고를 따내기 위해 지자체에 출연금을 내고 있다. 이 출연금은 행정안전부가 정한 ‘지자체 금고 지정 평가 항목’에 명시된 실적으로 평가된다. 은행이 벌어들인 수익을 지역사회에 기여한다는 취지의 출연금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4년 서울시와 시금고 계약을 연장하면서 서울시에 4년간 1400억원 상당의 출연금을 내겠다고 약속했다. 신한은행도 지난 2014년 인천시금고 제1금고 계약을 체결하면서 470억원의 출연금을 시에 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외에도 이들 은행은 각 지자체 내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민과의 관계를 이어왔다. 지역 내 각종 봉사활동과 축제에 대한 금융 지원이나 프로축구, 여자프로농구 등 지역 연고 프로스포츠단 운영 지원 등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문제는 이들 은행이 내는 출연금이나 지역 후원금을 뜯어보면 대부분 고객이 예치한 돈이라는 점이다. 출연금의 혜택을 받는 지역의 주민이야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다른 지역의 고객은 “왜 내 돈으로 남의 지역을 후원하는가”라고 비판할 수 있다.

은행들은 이같은 우려를 모두 알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지자체 금고 유치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따로 있다. 지방정부의 살림을 맡아본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해당 은행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고 안정성이 보장된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A은행의 관계자는 “기관영업 확장 경쟁에서는 지자체 금고 등 기관영업을 영위한 실적이 있느냐 없느냐가 최대의 변수”라며 “기관영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했다면 그에 따른 무형적인 이익이 상당하기에 유형적 손해를 알면서도 기관영업 확장을 고집한다”고 설명했다.

또 B은행의 관계자는 “지자체 금고를 유치하면 해당 지자체 공무원들을 자연스럽게 금고 은행의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다”며 “공무원 전체에게 상품을 강매할 수는 없지만 고객이 될 수 있는 공무원과의 평소 거리감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C은행의 관계자는 “서울 등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지자체의 금고를 맡을 경우 해외 영업 부문에서 현지 지점을 낼 때 적잖은 장점이 있다”며 “기관영업은 눈에 보이는 수익보다 브랜드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기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백현 기자 andrew.j@

저작권자(c)뉴스웨이(www.newsw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