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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서울 분양권 거래 막혀 주변 집값 자극 없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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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권 청약시장 열풍 ◆

매일경제

지난 14일 1순위 청약 접수를 받은 제주도 서귀포의 '마마뜰 노블레스'. 전체 30가구 단출한 모집이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30가구 중 1가구만 청약이 들어오고 나머지 29가구는 미달됐다.

34가구 모집에 단 2가구가 청약 접수를 한 경북 울진의 '울진군 리버사이드빌'이나 68가구 중 11가구만 청약 접수를 한 경북 상주의 '상주 지엘리베라움' 등 지방 소도시의 아파트 청약시장은 악화일로다. '10만 청약설' '청약 광풍'을 일으키고 있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소재 개포주공8단지 재건축 '디에이치자이 개포' 분위기와 완전 딴판이다.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방에선 입주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새 아파트에서조차 할인 분양이 속출하고 1순위는커녕 2순위에 미계약분 판매까지 들어가도 몇 달, 몇 년째 분양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는 곳이 허다하다. 막대한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는 분위기지만 이 역시 서울 일부 지역 현상일 뿐 지방에서 볼 때는 딴 세상 이야기다.

결국 부자들의 돈은 소위 '강남권'으로 불리는 곳으로만 몰리고, 그중에서도 정부가 고분양가 억제라는 칼을 들고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청약시장에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작년 발표된 8·2 부동산 대책 후 지속적으로 오르던 강남권 아파트 가격이 당장 다음달로 다가온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잠시 주춤한 새 이번엔 청약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청약시장은 한꺼번에 목돈을 내는 구조가 아니라 계약금, 중도금, 잔금 등으로 여러 번에 걸쳐 '분납'하는 형태인 데다 정부의 분양가 규제로 주변 시세보다 당장의 분양 가격이 싸다는 점, 강남권 아파트는 장기적으로 보면 '우상향'하는 '안전 자산'이라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반면 지방은 부산 등 몇몇 지역을 골라 정부가 어설프게 규제하면서 이 지역 부동산 가치가 작년 말부터 급격하게 하락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방 맹주'인 부산의 아파트 가격은 작년 8·2 대책 발표 후부터 상승을 멈췄고, 전매제한 등 추가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적용되기 시작한 11월 이후엔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후 2월까지 계속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방권 전체를 봐도 2017년 한 해 0.06% 하락한 주택 가격은 올해 들어 3개월도 채 안 된 3월 12일 기준 0.55%나 하락했다.

그렇다고 강남 로또 열풍이 서울의 다른 지역 집값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일단 8·2 대책으로 인한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분양권은 완공 때까지 거래될 수 없다. 신규 분양이 주변 집값을 끌어올리는 경우는 분양권 프리미엄이 상승할 때다. 이번 경우는 분양권 프리미엄 자체가 형성되지 못한다. 게다가 주변 시세보다 20% 이상 싼 가격에 분양하기 때문에 기존 아파트 가격과 아직 격차가 상당히 크다. 완공 이후에도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가격 상승이 확산 효과를 가져오기 힘들다는 얘기다.

결국 전문가들은 지난해 이후 확산된 집값 상승 열기가 청약 시장으로 옮겨갈 가능성 정도를 점치고 있다. 올해 안에 강남권에 재건축 단지 분양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이들 또한 분양가 규제로 '로또' 취급을 받을 공산이 크다.

[박인혜 기자 / 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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