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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푸틴에 길들여진 러시아‥“푸틴 없는 러시아 상상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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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부터 ‘대통령’ 푸틴, 4선마저 성공

득표율 76.6%..“경쟁할 후보 없다”

소련 향수 강해..“푸틴 무너지면 큰일” 인식

경제가 발목..1인당 GDP 1만달러 밑으로 추락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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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선(選)에 성공했다. 18일(현지시간) 치러진 러시아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은 76.7%(99.8% 개표 결과)의 득표율로 압승했다. 당선이 확정된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 시내 마네슈 광장에서 열린 크림 병합 4주년 기념 콘서트 집회에 참석해 “유권자들이 지난 수년간의 성과를 인정해 준 것”이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00년 러시아 대통령이 됐다. 한번 연임한 이후 세번째 연임을 금지하는 러시아 헌법 때문에 2008년 총리로 잠시 물러났지만, 2012년 다시 대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 땐 임기가 6년으로 늘어난 대통령직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연임에 성공했다. 푸틴은 집권기간을 2024년까지 연장했다. 구소련 시절 이오시프 스탈린의 31년 독재(1922~53) 이후 최장기간이다.

푸틴 대통령의 당선은 충분히 예견됐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 내 지지율이 80%가 넘었다. 경쟁할만한 후보가 아예 없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제 러시아인들에게 푸틴 없는 러시아는 상상하기 어려운 지경”이라고 평했다. 러시아의 여론조사회사 레바다센터가 지난해 9월 만약 푸틴이 대선에 출마하지 않는다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고 물었을 때 누구도 10% 이상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심지어 ‘푸틴이 출마하지 않는다면’이란 질문에도 무조건 푸틴을 찍겠다며 ‘푸틴’이란 이름을 써넣은 사람도 3%로 다른 후보와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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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인기는 러시아에서 일종의 문화 현상이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유도와 아이스하키, 사냥을 즐기는 푸틴은 남자다움의 상징으로 통한다. 푸틴의 옆얼굴이 그려진 향수와 푸틴 보드카가 불티나게 팔린다.

푸틴에 대한 열광적인 지지는 구 소련체제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향수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러시아인들은 20년 전 소련 체제가 무너지는 걸 지켜봤다. 2차 대전의 승전국인 소련은 미국과 함께 세계 정치의 한 축을 담당했지만, 소련체제 붕괴 후 몰락의 길을 걸었다. 막대한 석유와 가스는 소수의 손에 넘어갔고, 러시아인들은 가난에 허덕였다. 급기야 1998년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불유예)를 선언했다.

최악의 상황에서 보리스 옐친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사람이 푸틴이다. 푸틴은 소수 재벌들의 부패척결을 단행하고, 체첸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또 국제사회의 비난을 아랑곳하지 않고 크림반도를 합병시키며 옛 소련의 영토 일부를 다시 확보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러시아인의 58%가 과거 소련체제의 붕괴를 후회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이 러시아의 적이라는 인식도 68%에 달한다. 러시아인들은 푸틴 정권이 무너지면 러시아가 다시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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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푸틴 대통령에게 위기가 없는 건 아니다. 곳곳에서 균열이 감지된다. 푸틴의 인기와 별도로 러시아 정부의 지지율은 좋지 않다. 레바다센터의 지난해 여론조사에서 정부 운영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평가는 부정적이라는 의견이 56%로 더 높았다.

러시아 경제가 푸틴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경제는 지지부진하다. 지난 2013년 러시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만6000달러가 넘었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금은 1만달러에도 못 미친다. 크림반도 합병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와 맞물려 유가가 부진했던 탓이다. 2015년과 2016년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1%대의 성장으로 회복했지만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워싱턴포스트는 “러시아의 1인당 GDP는 미국의 5분의 1 수준으로 고꾸라졌고 빈민층은 최근 10년 내 최대 수준으로 늘어났다”면서 “광대한 인구와 자원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경제수준은 미국 뉴욕주 정도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강력한 러시아를 표방하는 ‘차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경제를 살리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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