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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57>낙하하는 콘텐츠 시장을 위한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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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한글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의 고사리 같은 작은 손이 스마트폰을 토닥거리더니 유튜브 동영상이 시작된다. 미국 학부모의 94%가 우려하는 청소년 유튜브 열병이 우리나라에도 상륙했다. 스마트폰 만화를 보면서 잠드는 청소년이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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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리케이션(앱) 분석 전문 기업 와이즈앱에 따르면 2016년 카카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던 유튜브의 사용 시간이 2년 만에 국내 앱 시장 1위에 올랐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경향이 시간이 갈수록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실상 최근 카카오와 네이버 사용 시간은 하락하는 반면에 유튜브는 계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텍스트 중심 정보 전달이 동영상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도 통합 동영상 플랫폼인 '네이버 TV'와 '카카오 TV'를 출범시켜서 일인미디어 지원과 자체 콘텐츠 확보로 반격하고 있지만 사정은 녹록하지 않다.

게임 중개 수익에 의존하거나 텍스트 전달에 머무르던 국내 기업들은 순식간에 시장을 잠식당했다. 일인미디어와 만화뿐만 아니라 소소한 일상생활을 담은 동영상까지 확보한 유튜브의 공격은 그야말로 가공할 정도다. 구글 인공지능(AI)이 가세한 개인화 콘텐츠 제공과 20~30대 충성 고객들은 유튜브 고속 성장의 동력이 되고, 구글 번역기는 글로벌 시장 진출의 지렛대가 되고 있다.

예부터 콘텐츠는 문화를 선도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도구로 사용됐을 뿐 산업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능정보 사회에서는 디지털콘텐츠가 유인한 고객이 광고, 상거래, 유료 서비스 등으로 천문학 규모의 수익을 보장하는 시장을 형성했다. 디지털콘텐츠는 하드웨어(HW), 인프라, 소프트웨어(SW) 시장을 이어서 국가가 주목하고 성장시켜야 할 대표 산업이 됐다. 유튜브 독주가 소름 끼치는 이유도 콘텐츠 시장에서 기업 경쟁은 국가의 경제 성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콘텐츠 플랫폼을 갖춘 국내 기업의 혁신이 절실하다. 다양한 미디어 제공과 더불어 사용자 중심 인터페이스를 개발해서 유튜브와 맞설 무기로 장착해야 한다. 국내 콘텐츠에 국한되지 않은 글로벌 콘텐츠 확보와 서비스를 위한 투자도 필요하다. 글로벌 경쟁을 포기한다면 생존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물론 이 경우 우리나라 콘텐츠 시장은 외국 기업의 장터가 될 것이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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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전제돼야 한다. 조선, 기계, 반도체 등 중공업에 투자되는 수백조원은 당연시하면서 콘텐츠 산업 투자는 인색한 현실에서 시장 성장을 기대할 수가 없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중소 전문기업과 미디어 생산자들에게 콘텐츠 개발에 전력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주고, 동영상 플랫폼 중심으로 미디어 빅뱅도 불사할 수 있는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소비자가 디지털콘텐츠의 가치를 인정하고 값을 지불하는 문화와 이를 기반으로 미디어생산자(기업 또는 개인)가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 생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길거리 악사에게 동전을 투자하는 이유는 더 좋은 음악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콘텐츠와 관련 SW 전문가 양성에도 주력해야 한다. 범람하는 콘텐츠를 선별하는 소비자 요구가 고품질 미디어에 집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의 주인공은 당연히 콘텐츠다. 콘텐츠 시장에서의 성패는 국가 경제의 흥망성쇠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정부도 국민도 콘텐츠 기업의 성장과 퇴보를 남의 집 불구경 하듯 뒷짐 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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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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