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2 (일)

법인세 낮추고, 外人 지분한도 없애고…K금융과 '띵깜' 키우는 V금융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페셜 리포트 베트남을 가다下②

한국형 뱅킹, 베트남서 쑥쑥

은행 10곳, 금융투자회사 8곳

다른 외국계 떠날때 韓금융 진출 확대

'제2 도이머이' 후 경영환경 개선

정부, 부실 금융사 구조조정

모바일 환경 등 한국형 뱅킹에 적절

이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노이(베트남)=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지난 2005년부터 베트남 금융시장에 진출했던 유럽과 호주 등 외국계 은행들이 최근 베트남 진출 은행 지분을 전량 매각하며 하나둘씩 베트남을 떠나고 있다. 베트남 금융사의 부실채권(NPL) 급증 등으로 금융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방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외국인에게는 진입로가 좁은데다 불안감도 여전하다. 이런 리스크 요인에도 한국 금융사에 베트남 투자의 매력은 더 크다.

베트남 정부는 2016년 말 우량 기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 한도를 없애기도 했다. 한국은 베트남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 순위 1위에 올랐다. 국내 금융사가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한 영업에 기대를 걸고 있는 이유다.

특히 베트남 현지의 모바일 환경이 한국형 뱅킹시스템 구축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연체율 관리 등 선진화한 금융인프라도 ‘현지화’에 필요한 요건을 이미 갖췄다는 평가다.

이데일리



◇‘역발상’ 국내 금융사, 베트남 금융시장 확대

베트남은 49곳에 달하는 외국계 은행들이 진출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베트남 현지 은행만 작년 말 기준 35개에 달할 정도로 금융사가 넘쳐난다. 여기에 50곳의 외국은행까지 합치면 총 150여 곳의 은행이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부터 외국계 은행의 ‘엑소더스’가 현실화하면서 시장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호주 ANZ은행이 소매금융을 신한베트남에 매각했고 프랑스 BNP파리바은행도 작년 말 베트남OCB은행 지분 18.68%를 전량 매각했다.

한국계 금융사들은 외국계와 반대 행보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 10개사를 비롯해 8개 금융투자회사, 8개 보험사, 비은행 5개사 등 총 31개 한국 금융사 진출했다.

은행만 놓고 보면 6대 시중은행(KB국민·우리·신한·KEB하나·IBK기업·농협)은 물론 2개 지방은행과 정책금융기관 등 대부분 은행이 총 진출한 상태다.

베트남에 26개 지점을 두고 있는 신한베트남은행은 올해 4개의 지점을 추가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법인으로 전환해 3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고 연 5개씩 지점을 더 늘려갈 계획이다.

보험·증권 등 제2금융권의 진출도 활발하다. 2금융권은 활발한 인수합병(M&A)을 통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정상은행에 대해서는 은행 인수는 외국계 소유규제(지분 20% 이내)를 받지만 2금융권은 규제가 없다. 최근 NH투자증권과 KB증권, 삼성증권, 롯데카드 등이 베트남 증권사와 은행 소유 마이크로 파이낸스사 지분을 인수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이 금융의 지원 없이 단독으로 해외에 진출하기는 어려운 만큼 교역량의 증가와 한국 기업의 아세안 진출 확대는 국내 은행 산업의 동반 지출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베트남 금융시장 텃밭으로 키운다

베트남 금융시장이 매력적 진출지로 여겨지는 이유는 젊은층 인구가 많고 새롭게 출범한 정부가 자본시장 육성과 개방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인구 1억명의 베트남은 전체 인구의 70%가 생산가능인구(15~64세)인 젊은 국가다. 30세 미만 인구 비중은 주요 신흥국 가운데 인도와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높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의 무서운 경제 성장세가 2018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트남은 지난 1986년 ‘도이머이(Doi Moi·쇄신)’라고 불리는 개혁 정책을 도입해 자국 시장을 개방한 바 있다. 베트남은 2015년 이후 2차 도이머이를 단행했다. 법인세를 인하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교역 네트워크를 확대한 것이 2차 도이머이의 핵심이다.

베트남 정부가 부실 금융사를 솎아내는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도 국내 금융사의 베트남진출엔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2015년 말 기준 50여개에 달한 은행을 20개로 축소한다는 게 골자인데 M&A를 통해 단기간에 현지화를 원하는 국내 금융사 입장에선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최근 2년 베트남 정부가 내준 신규 인가 중 3곳이 한국계다.

베트남 현지 시장 공략을 위해 낮은 대출 금리와 편리한 뱅킹시스템으로 승부를 보고 있다. 신한은행의 모바일뱅킹인 ‘써니뱅크’와 우리은행의 ‘위비뱅크’는 베트남 현지 서비스를 시작했다. 대출금리도 연 8%대로 베트남 현지 은행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KEB하나은행은 주택담보대출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외국계은행 최초로 미니버스를 개조한 ‘방카’를 운용하면서 찾아가는 서비스도 펴고 있다. 내년 상반기 중에는 태블릿PC를 활용해 방문영업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은행ㆍ보험연구실장은 “신남방정책 아래 정부가 아세안 금융 당국과 긴밀한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며 “국내 금융사도 현지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룹 내 계열사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지역과 상품을 특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