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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정부, 유엔 권고 ‘사형제 폐지’ 수용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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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관련 22개도…시민단체 “인권 개선 의지 있나”

ILO 4대 핵심협약 비준·인종차별 금지 등은 수용 결정

사형제 폐지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도입 등 유엔 회원국들의 97개 권고에 대해 한국 정부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들 중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도 다수 있지만 사회적 합의가 덜 됐다는 이유로 일단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한 것이다.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유엔 회원국들 권고를 이행할 정부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37차 유엔 인권이사회 총회에 참석한 77개 한국 비정부기구(NGO) 모임이 공개한 ‘제3차 유엔 국가별 정례 인권검토(UPR)에 대한 대한민국의 최종 입장’ 문건을 보면 한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유엔 회원국 95개국이 낸 218개 권고 중 121개만 수용하고 97개는 수용하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UPR은 유엔 회원국들이 다른 회원국의 인권상황을 심의·평가해 개선점을 권고하는 절차다.

97개에는 사형제·낙태죄 폐지, 군대 내 동성 간 성관계를 처벌하는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모든 차별 사유를 다루는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제정, 명예훼손죄의 비범죄화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성소수자의 인권과 관련된 22개 권고는 모두 불수용했다.

한국 정부는 사형제 폐지에 대해 “형사법의 본질과 연관돼 중요하므로 여론과 사형제의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것이 요구된다”며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해서는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처벌에 관한 사건에 있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며 “한반도의 특수한 안보 현실과 평등한 병역의무 보장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여론에 기반한 심도 있는 논의가 요구된다”고 했다.

군대 내 동성 간 성관계 처벌 폐지에 대해서는 “합헌성 판단이 법원과 헌재에 계류돼 있다”며 “사법부의 최종판결을 준수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제3차 UPR 심의 때 이례적으로 한국 정부 측 수석대표로 참석하는 등 문재인 정부의 인권 증진 의지를 강조한 것에 비해 다소 아쉬운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77개 NGO 모임은 성명에서 “인권은 합의의 대상이 아니며 정치적 선언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정부가 불수용한 권고를 수용토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도 “성소수자 인권 관련 권고를 어느 것도 수용하지 않은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4대 핵심협약 비준, 인종차별 금지, 집회와 시위의 자유 권리 보장 등은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는 지난 1월 ILO 핵심협약 중 결사의 자유·단결권·단체교섭권을 규정한 87호, 98호와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29호), 강제노동 폐지에 관한 협약(105호) 등 4개를 비준하겠다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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