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서경이 만남 사람] 유주현 건협회장"당장 효과 없다고 단기에 규제폭탄...주택시장 혼란만 키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책이 시장에 반영되려면 시간 필요...조급증 먼저 버려야

적정공사비는 생존의 문제, 87~88%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

분양위주 주택사업 한계...임대 등으로 사업영역 확대 필요

선진국들 SOC 늘리는 추세...한국도 아직 투자할 곳 많아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담 : 이혜진 건설부동산부 차장 hasim@sedaily.com

“짧은 시간에 여러 규제가 쏟아져 나오면서 주택시장의 혼란이 가중됐습니다. 또 그 부작용은 실수요자에게 피해를 입혔고요. 장기적 관점에서 효과를 살펴보고 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야 합니다.”

지난해 건설사들은 호시절을 보냈다. 주택분양 시장 호황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시절에도 전국 7,300여개 건설사를 대표하는 유주현 대한건설협회 회장의 마음은 무거워 보였다. 지금 당장이 아닌 건설업의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당장 올해부터 지난 몇 년간 호황을 누렸던 주택경기가 예년만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로 건설사들의 일감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유 회장도 지난해 3월 취임하자마자 이 같은 상황에 대비했다. 취임 이후 지난 1년간 정부 관계자, 국회의원들과 부지런히 만나고 건설업 관련 각종 세미나에 빠짐없이 참석하면서 건설업계의 목소리를 내왔다. 유 회장은 이달 초 취임 1주년을 맞아 서울 강남구 논현동 대한건설협회 집무실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지나갔다”며 지난해를 돌아봤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으며 앞으로 회원사들이 100% 만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면서 건설업계의 현안과 올 한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에 대한 생각을 하나씩 풀어놓았다.

무엇보다 유 회장은 주택시장에 대해 솔직하고 가감 없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특히 정부 주택정책에 대해 강한 아쉬움을 보이면서 쓴소리도 피하지 않았다. 그는 “아시다시피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정부의 강력한 주택정책에도 강남지역 집값은 계속 상승하는 반면 지방 주택시장은 침체국면에 접어드는 등 오히려 정부의 규제가 주택시장 양극화를 심화하는 효과를 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실제 유 회장의 지적대로 최근 이른바 ‘부자들만을 위한 로또아파트’가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또 정부 주택정책이 오히려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을 어렵게 한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주택시장의 단기 가격변동에 지나치게 민감하고 조급하게 반응하면서 섣부른 정책을 쏟아내 이 같은 부작용을 키웠다고 강조했다. 유 회장은 “정책이 시장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당장의 가시적인 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단기간에 여러 규제가 연이어 나오면서 오히려 주택시장 혼란을 가중시키고 실수요자에게 피해가 가는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지속적인 규제 강화, 수요억제 정책이 오히려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으며 이는 또다시 규제가 나오는 악순환이 반복돼 주택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졌다”고 돌아봤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실제 지난해부터 주택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주택시장이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해 정부가 8·2부동산대책과 가계부채종합대책 등 굵직굵직한 부동산대책들을 통해 쏟아낸 규제들이 올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데다 지난 몇 년간 공급된 주택들의 입주물량이 올해부터 대거 나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최근 들어 주택시장의 가격 상승세가 전반적으로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연초부터 강남을 중심으로 한 주택시장 강세가 이어지자 조급증을 이기지 못하고 각종 추가 규제책과 강한 메시지를 쏟아내며 주택시장을 더 들끓게 했다. 이미 지방과 수도권 변두리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시장의 조정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정부 눈에는 오로지 강남 주택시장밖에 보이지 않는 것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 정책이 오히려 주택시장의 변동성을 키웠다는 비판도 나오는 상황이다. 유 회장도 “정부는 단기간의 효과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의 효과를 살펴보고 과도한 규제를 지양함으로써 주택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밝혔다.

다만 유 회장은 정부의 주택정책과 별개로 건설업계도 미래를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년간 주택 공급이 많았기 때문에 주택분양 사업으로 지탱하던 건설 경기가 많이 가라앉을 것”이라며 “지금처럼 분양 위주의 주택 사업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임대주택 사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협회 차원에서도 건설업계의 수익성 개선과 먹거리 발굴을 위해 노력을 아까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올 한 해는 ‘공공공사 적정 공사비 보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으며 정부의 SCO 예산축소 기조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올해도 SOC 예산 확충을 위해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우선 공공공사 적정 공사비 보장과 관련해 유 회장은 “협회가 2004년부터 2017년 4월까지 준공된 공공공사 129건을 조사한 결과 37.2%인 48건이 적자”라고 당면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건설업에 미래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유 회장은 “한 해 400~500개의 업체가 없어지고 다시 없어진 수만큼의 업체가 생긴다”며 “이는 건설업이 먹고 살 만해서가 아니라 공사비를 제대로 받지 못해 적자가 쌓인 기업들이 망하면 갈 데가 없는 그 회사의 임직원들이 새로운 회사를 차리는 것이 반복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당장은 절대 수가 줄어들지 않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지만 최근 건설업계의 심각한 고령화 현상을 감안하면 몇 년 후에는 건설업체의 수와 인력이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 회장은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적정공사비는 건설업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고 강조하면서 구체적인 개선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일본 같은 경우는 공공공사 낙찰률이 설계금액의 90% 수준”이라며 “반면 한국은 현재 설계 금액의 78~80%에 그치고 있으며, 이를 87~88%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유 회장은 또한 공공공사 적정공사비 확보가 건설업계의 생존을 넘어 정부가 강조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와 공공발주기관이 공사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으면서 건설업체에만 하도급 대금과 자재·장비대금 및 근로자 임금을 충분히 주고 일자리와 정규직 채용 확대 등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라는 정책은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며 “건설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를창출하고 나아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가 품질·안전 및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출발점은 바로 공공 부문의 공사비 정상화”라고 말했다.

유 회장은 지난 한 해 SOC 예산 확보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지난해 9월에는 대한전문건설협회·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등과 공동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SOC 예산 확대의 필요성을 주장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9개 건설단체들과 공동으로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소위 위원들에게 SOC 예산 확대를 요구하는 연명 호소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유 회장의 노력은 어느 정도 결실을 냈다. 애초 건설업계가 요구한 20조원은 못 넘겼지만 최초 예산안(17조7,000억원)보다 증액된 19조원으로 늘었다. 다만 정부가 향후 5년간 SOC 예산을 연평균 7.5% 축소할 예정인 만큼 앞으로도 SOC 예산 확대를 위한 노력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유 회장은 “정부는 SOC 예산이 충분하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실제 최근 한국보다 소득수준이 높은 선진국들이 오히려 SOC 예산을 늘리고 있으며 이는 노후화한 인프라 시설을 개선해 안전을 도모하고 경전철이나 지하철 확충, 도로 연장 등으로 보다 편리한 인프라를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지난 정부의 4대강 공사로 SOC 투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고 지방의 경우 불필요한 투자로 활용되고 떨어지는 SOC가 문제가 되고 있지만 서울이나 수도권 같은 인구밀집 지역에는 아직도 SOC 투자가 필요한 곳이 많다”고 강조하면서 “지속적인 SOC 투자의 필요성에 대해 국민·정치권·정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설득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리=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유주현 대한건설협회 회장 약력



△1953년 경기도 안양 △1976년 한양대 정치외교과 △1993년 신한건설 대표이사 △2003∼2009년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 18·19대 회장 △2006년 대한건설협회 회원부회장 △2007년 경기도 건설단체연합회 회장 △2017년 대한건설협회 제27대 회장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