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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하일지, 성폭력 피해자 2차 가해 논란…“사과할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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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하일지 교수 일문일답]

안희정 전 지사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논란엔

“2차 피해 명분으로 각자 생각할 권한을 막는다면 그것이야 말로 변질”



한겨레

소설가 겸 동덕여대 교수인 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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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도중 ‘미투(MeToo·나도 말한다) 운동’과 안희정 성폭력 피해자를 비하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소설가 겸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하일지(본명 임종주) 교수가 “언론에 보도된 내 발언은 일부만 발췌된 것이라며 “사과할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하 교수는 1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전체 내용의 핵심은 소설가는 통념적 윤리관에 따라 흑백론에 빠지면 안 된다는 것을 이야기하려던 거였다”며 “안희정 전 지사와 김지은씨에 관한 이야기는 내가 금기를 건드린 것 같다. 그러나 사람이 느끼는 감정의 진실은 (저마다) 다를 수 있으니 소설가는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생들의 사과요구에 대해선 “학생들이 오히려 교수에 대해 망신을 줬으니 (학생들이) 사과할 일”이라며 “불만이 있으면 토론을 벌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4일 동덕여대 재학생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게시물을 보면, 하 교수는 문예창작과 1학년 전공필수 강의인 ‘소설이란 무엇인가’를 진행하던 중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을 폭로한 당시 비서 김지은씨에 대해 “결혼해 준다고 했으면 안 그랬을 것이다. 질투심 때문에 (폭로했다)” 등 2차 가해 발언을 했다. 하 교수는 또 “만약 안희정이 아니라 중국집 배달부와의 진실공방이었으면 사람들이 관심 안 가졌을 것”이라며 “작가는 글을 진실되게 써야 하며 꾸미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설 <동백꽃>을 설명하던 도중에는 “처녀(점순)가 순진한 총각(화자인 ‘나’)을 X먹으려고 하는 내용”이라며 “점순이가 남자애를 성폭행한 거다. 얘도 ‘미투’해야겠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한 학생이 강의실을 나가자 “방금 나간 학생은 내가 미투 운동에 대해 이런 식으로 말해 나간 거겠지“라며 “저렇게 타인의 의견을 들을 생각이 없는 사람은 작가가 아니라 사회운동가를 하는 게 낫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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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 총학생회의 하일지 교수 규탄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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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문예창작과 총학생회는 15일 성명을 내고 “임종주(하일지) 교수는 미투 운동의 의도를 우롱했을 뿐 아니라 본 운동에 동참한 피해자를 언어적 폭력으로 2차 가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하 교수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성명서 바로보기) 총학생회는 “임 교수는 표현의 자유·예술 창작의 자유를 이야기하지만, 이는 ‘혐오할 자유’와 그 뜻이 별반 다르지 않다”며 “임 교수는 성희롱과 다름없는 발언을 가해 해당 수업을 수강하던 전 학생에게 정신적 상해를 입혔다”고 지적했다.

아래는 하일지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하일지 교수] 언론엔 내 발언이 일부만 발췌돼 실렸다. 전체 내용 핵심은, 소설가는 통념적 윤리관에 따라 흑백론에 빠지면 안된다는 것 얘기하려던 거였다. 그걸 이해시키고자 여러 사례 들던 중에 그게 나온 거다.

안 지사와 김지은씨에 관한 얘기는 내가 금기를 건드린 듯. 그러나 사람이 느끼는 감정의 진실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소설가는 그냥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어쩌면 이 사람은 다르게 생각해서 그렇게 행동한 것 아닐까. 정치라면 안희정은 가해자고 김지은은 가련한 희생자겠죠. 그런 얘기 하다가, 문제의 화제 나오면서 학생 한두명이 나가고 sns에 올리고 언론이 큰 관심 보이고 (그렇게 됐다).

이 <소설이란 무엇인가> 강의 20년째 하는데 비교적 인기 있다. 한번도 문제가 야기되지 않았다. <동백꽃>에 관해서는 우스개소리로 총각이 강간을 당했네 이런 식으로 말하면 예년 같으면 애들이 와르르 웃는데… 해마다 그런 말 했는데 별 문제 없었어. 그런데 (지금은) 학생들 머릿속에 미투라는 이념이 들어앉아서 그런 말도 용서를 못하는 듯하다.

좀 민망한 것은, 내 강의실 강의마저도 검열을 당해야 하는가. 나는 소설가인데, 내 관점에서 강의를 할 수 있는 것인데, 언론에서는 나를 질책하는 시선으로 이야기하는가. 흡사 문화혁명 때 노교수가 당하는 느낌이어서 서글픈 생각 든다.

[한겨레] 논란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있는가?

[하 교수] 사과할 일 아니죠. 학생들이 오히려, 교수에 대해 망신을 주고. (학생들이) 사과해야 할 일이죠. 불만 있으면 토론을 벌였어야지, 그게 대학이죠. 지 맘에 안 든다고 쪼르르 나가가지고… 내가 뭐 사과할 게 있나요?

나가라고 하면 나가지. 학생들과 대화할 예정은 없다. 어제 오늘은 학교에 안 나가는 날이다. 월요일에 나갈 예정. 총장님께 어제 미리 얘기했다. 내가 학교에 부담 된다 싶으면 나를 짜르시오, 했더니 그냥 웃더라.

[한겨레] 2차 가해라는 지적이 있다

[하 교수] 김지은씨가 언론에 나와서 공개적으로 발언했다는 건 우리 사회에 문제를 던진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는 각자의 시각으로 생각할 권한이 있다. 2차 피해 명분으로 각자 생각할 권한을 막는다면 그것이야 말로 변질이다. 다른 말만 하면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 그거야 말로 문제다. 한겨레는 나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나는 한겨레를 좋아한다. 폭력에 의한 여성피해를 막으려는 데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돌아가는 건 이상하다. 왜 다른 말을 용납하지 않을까. 대단히 독재적 정치다.

나는 소설 가르치는 교수로서 그에 합당하게 가르치고 말했을 뿐이다. 내 강의가 외부언론에 이토록 많이 보도되는 것 보면서, 언론도 무언가 겁에 질려 있지 않은가. 종편들 이번 사태에 한결같은 소리 하는 걸 보니, 아휴!

<소설이란 무엇인가>는 1학년 전공필수. 세계명작을 텍스트로 읽고 사례 들면서 문학의 문제 하나하나 파헤쳐가는 강의다. 강의 좋아한 졸업생들 더러 있어. 정치인들이 국회에서 얘기할 때는 한마디 한마디 조심해야겠지만, 대학에서는 편안하고 친숙하게, 웃기려고 한 말인데, 그걸 (문제삼고) 기사로 쓴 것.



황춘화 기자, 최재봉 선임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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