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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밀착카메라] 손 뻗으면 이웃집, 낮에도 컴컴…'안전' 사라진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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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집 창문에서 팔을 뻗으면 닿는 거리에 이웃집 창문이 바로 있다면 어떨까요?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거라는 '도시형 생활 주택' 얘기입니다. 최근에도 공급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여기 사는 분들은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밀착카메라 김도훈 기자입니다.


[기자]

건물 절반가량이 바로 옆 건물에 가로막혀 있습니다.

두 건물 사이에 공터에는 또 다른 오피스텔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인천시내 한 신축 오피스텔 공사현장입니다.

그런데 바로 뒤를 보면요. 불과 70cm 정도의 거리를 두고 이미 입주민들이 살고 있는 오피스텔 건물이 있습니다.

뒤쪽으로 한번 와서 살펴보면요.

이 뒤쪽에도 2년 반 전쯤에 지어진 오피스텔 건물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건물이 들어서게 되면 이 3개 건물이 불과 팔 하나 간격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데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지 지금부터 한번 확인해보겠습니다.

입주 1년 만에 코앞에 들어선 다른 건물에 가로막히면서 아예 창문은 열지도 못합니다.

[빌라 입주민 : 너무 이만큼 간격으로 붙어있으니까 너무 어둡고 햇빛이 안 들어와요. 너무 간격이 좁아서 깜깜해요.]

[빌라 입주민 : 이쪽에 사는 사람들은 감옥이에요. 감옥. 완전히 꽉 막힌 거죠.]

집 안으로 한 번 들어와 봤습니다.

오후 2시 반을 막 넘긴 시각인데요. 주변이 아주 깜깜합니다.

이렇게 방을 불을 켜야만 주변 사물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인데요.

왜 이렇게 어두운가 한번 창문을 열어봤더니요.

바로 1m 거리 앞에 맞은편 건물이 가로막고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내년 쯤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면 건물의 3면이 둘러싸이게 됩니다.

고층세대는 완강기 등 대피시설도 없어 화재 시 대피로 확보도 마땅치 않습니다.

[빌라 입주민 : 상업지역이라 가까이 붙은 것 까진 이해하겠지만 이런 건 고려를 왜 안 했을까. 너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보니 화재 발생률도 엄청 높아진 거예요.]

건물 사이 이격 거리는 90cm, 서로 손을 내밀면 맞잡을 수 있는 거리입니다.

저는 지금 카메라에서 약 1m 정도 앞에 서있습니다.

얼핏 보면요. 같은 공간에 서로 마주보고 서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요.

조금만 아래를 비춰보면 이렇게 서로 각기 다른 건물 위에 서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도시형 생활주택'은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시행됐습니다.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명목이었습니다.

주택건설 기준과 부대시설 설치기준 등 규제가 완화됐습니다.

상업지역이 대부분이라서 건축법의 적용도 받지 않습니다.

[관할 구청 관계자 : 50㎝ 띄우게 돼 있어요. 상업지역 같은 경우에는 휴식공간이 아니라 일하는 공간이다. 그런 개념이거든요. 제한이 안 되다 보니까 그렇네요. 진짜…]

인천시내 상업지역에 들어선 도시형 생활주택은 2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인근 주민 : 건물이 많이 없었는데 작년부터 신축 건물들이 많이 들어서면서 이 근처에만 9~10개. 새로 생긴 게…]

[관할 소방서 관계자 : (불이 나면 저걸 어떻게 꺼요?) 그러니까 말이야. 이것 때문에 골치아파 죽겠어요. 저희들이 더 난감해요. 이거 대책이 없거든요. 문제가 심각해요.]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며 도시형 생활주택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지 올해로 10년째를 맞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주거안전도 고려하지 않은 정책으로 삶의 질도 10년째 외면받고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 박성현, 인턴기자 : 김상민)

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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