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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여당 “개헌하면 좋고 못해도 압박 카드” 야당선 “정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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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변수 된 개헌안 발의

여야 모두 분권형 개헌 강조하지만

‘지방분권 vs 대통령 권한 분산’ 갈려

동시 실시땐 투표율 올라 여당 유리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가 6·13 지방선거에 맞춰 국민투표를 할 수 있도록 개헌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직접 개헌안을 내겠다는 입장을 13일 내놓자 여야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14일 “야당은 국회의 책무도, 국회의원으로서의 기본도 이행하지 않는다”(추미애 대표)며 문 대통령을 적극 엄호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개헌을 졸속으로 밀어붙이려 하는 것이야말로 책임 있는 정치적 태도가 아니다”(김성태 원내대표)라고 맞섰다.

대통령 개헌안이 국회로 넘어오더라도 국회 재적의원 3분 2 이상이 찬성해야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야당의 동의 없는 개헌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정치권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개헌안 발의 자체가 지방선거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중진 의원은 “실제 개헌이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야당을 압박하는 카드가 되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는 양수겸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모든 정치 현안을 국정의 관점이 아닌 지방선거용으로,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문 대통령을 비판한 것도 실제 개헌이 지방선거에 영향을 준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① 분권 vs 분권=여야 모두 개헌의 핵심 내용 중 하나로 분권(分權)을 강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민헌법자문특위와의 오찬에서 “어느 누구도 국민주권을 신장하고, 기본권을 확대하며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여권에선 지방분권을 위한 개헌을 지방선거에 맞춰 추진하는 게 선거 전략으로 나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경기지사에 출마하려는 민주당의 전해철 의원은 “선거 때 분권을 강조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한국당에선 “야당을 반(反)분권 세력으로 딱지 붙여 지방선거에서 이익을 보려는 치졸한 정치공세”(장제원 수석대변인)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당은 개헌의 초점을 대통령 권한 분산에 맞추는 전략으로 맞불을 놓겠다는 생각이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문제라고 하면서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앞세워 4년 연임 대통령제를 밀어붙이는 이유를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② 투표율=개헌안 국민투표가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되면 투표율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1995년 제1회 지방선거(68.4%)를 제외하면 역대 지방선거 투표율은 항상 60%를 밑돌았다. 그에 비해 지난해 5월 대선 투표율은 77.2%에 달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개헌은 헌법을 내 손으로 바꾼다는 측면에서 대통령 선거에 버금가는 유권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특히 그동안 지방선거 참여에 소극적이었던 2030세대의 투표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여권에 호의적인 젊은세대가 투표장으로 더 많이 나오게 된다. 반면 개헌안 국민투표가 무산되면 투표율 상승 요인이 사라져 상대적으로 야권에 더 유리한 요인이 될 수 있다.

③ 진보 vs 보수=개헌은 보수와 진보 진영을 결집시키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헌법자문특위가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개헌안 초안에는 ▶토지의 소유권을 제한하는 토지 공개념 도입 ▶공무원의 노동 3권 허용 ▶경제민주화 강화 등 진보 진영의 시각이 상당수 반영됐다. 개헌 논의가 실제 국회에서 진행될 경우 이러한 내용을 놓고 진영 간 대립이 생길 수도 있다. 최수영 디아이덴티티 연구소장은 “토지 공개념 등 진보 진영의 어젠다가 개헌 논의에서 부각될 경우 보수 진영에서 심리적 저항선이 형성될 수 있다”며 “그런 저항감이 결국 양 진영을 결집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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