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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fn이사람] 마르셀라 마스페로 베네수엘라 UNT 조정자 "베네수엘라 노동 대변혁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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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 카라카스(베네수엘라)=김유아 기자】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은 "노동자 참여가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라며 2005년부터 제지공장 '인베팔'부터 당시 철강업계 1위 '시도르' 등 대형 공장들을 국유화하고 나섰다. 정부는 노동자와 함께 공장을 이끈다는 점을 강조하며 본격적인 베네수엘라 사회주의의 시작을 알렸다.

"노동운동을 이어온 아버지의 삶을 보며 노동권에 진입하게 됐다"던 마르셀라 마스페로(사진). 그도 당시 차베스 정권과 손잡고 공장 국유화에 일조한 대표적인 노동권 인사 중 한 명이었다. 그는 베네수엘라 노동계의 염원이었던 '생디칼리즘(노동조합주의·노동조합원이 공장이나 사업체를 소유하고 경영해야 한다는 사상)'을 실현하기 위해 2003년부터 베네수엘라 노동조합자연맹(UNT) 조정관으로 활동해 왔다.

예상 외로 국유화 이후는 참담했다. 마르셀라는 "생각했던 이상과 현실은 천지차이였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가 공장 운영을 위해 파견한 사람들은 대부분 군인 출신이었고, 이들은 노동자들을 밀어내고 새로운 조합을 만든 뒤 공장 자산을 횡령할 궁리만 했지 공장을 위해 제대로 일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군부 출신 간부들이 공장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다투다가 서로를 총살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결국 시도르의 철강 생산량은 국유화 직전인 2007년 4300t에서 지난해 309t까지 급감했고, 공장은 문을 닫아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는 "군인들이 돈만 빼돌리다 결국 공장을 다 망쳐놨다"며 "이제는 대다수 노동자가 공장 국유화를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후 마르셀라를 포함한 많은 노동계 인사들은 차베스와 그를 이은 현 마두로 정권의 반대편에 서게 됐다.

당시 실패로 인해 생디칼리즘을 부정하게 된 것일까. 아니었다. 베네수엘라가 '대변혁'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현재 마르셀라는 생디칼리즘의 부활을 꿈꾼다. "생디칼리즘이 실패했던 이유는 단 한 가지, 군부세력 때문"이라고 지적한 마르셀라는 마두로 정권과 군인들을 몰아내면 생디칼리즘이 100% 긍정적으로 구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장에 오래 다닌 사람들은 내부 사람들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단합해서 공장을 보호하고 발전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공장주, 노동자, 새로운 정부 세 주체가 함께 공장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생디칼리즘 실현은 첩첩산중이다. 베네수엘라 노동계는 지난 1월에만 시위를 109차례 진행했지만 주요 인사들이 수감되는 상황만 발생했다. 현재 총 49명이 정권의 수배를 피해 다니는 중이다. 그는 "지금 베네수엘라는 현 정권하에서 너무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한국의 노동계를 비롯해 세계 각지 노동권 인사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kua@fnnews.com 김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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