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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MB 소환 날 300m 옆 법정에선…‘집사’ 김백준 “속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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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특활비 4억원 수수 혐의

김백준 “죄 변명하지 않겠다”

같은날 법정 선 김진모 비서관,

“돈 전달 인정, 혐의는 다툴 여지”

중앙일보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14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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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시간에 전직 대통령(이명박 전 대통령)이 소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14일 오전 11시 10분,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부장 이영훈)의 심리로 진행된 첫 재판에서 김백준(78)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입을 열었다. 이날 재판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시작(오전 9시 49분)된 뒤 약 1시간 20분 후에 열렸다.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실과 김 전 비서관의 법정은 불과 약 300m 거리였다.

김 전 비서관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2008년, 2010년에 걸쳐 2억원씩 모두 4억원의 현금을 전달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과거 청와대의 ‘안살림’을 총괄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일했을 뿐 아니라 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하며 개인사와 재산 관리 등을 책임지는 ‘집사’ ‘금고지기’ 등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번 검찰 수사 과정에서 그는 이 전 대통령이 얽힌 각종 의혹들을 폭로하며 입장을 바꿨다. 한때 이 전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측근 중 한명이었던 그가 폭로를 시작하면서 이 전 대통령이 궁지에 몰렸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이날 재판에서도 그는 혐의를 인정하며 “국민들에게 사죄한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이 공소사실을 낭독하자 김 전 비서관은 직접 적어온 메모를 꺼내 읽었다. 그는 “저는 제 죄에 대해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을 것이고 여생 동안 속죄하는 마음으로 반성하며 살겠다”고 했다. 또 “사건의 전모가 국민들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최대한 성실하고 정직하게 수사와 재판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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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모 전 민정비서관이 14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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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10시부터는 김진모(52)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의 첫 재판도 열렸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11년 4월 이른바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을 입막음할 목적으로 국정원 특활비 5000만원을 사용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그가 국정원 예산을 횡령(업무상 횡령)하고 민정비서관이라는 권한을 이용해 돈을 받았다고(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보고 있다.

김 전 비서관 측 변호인은 이날 “평소 알고 지낸 신승균 국익전략실장에게 국정원 자금 지원을 문의했고 그에게서 돈이 든 쇼핑백을 받아 장석명 공직기강비서관에게 전달한 사실을 인정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변호인 측은 “국정원에 돈을 요청한 목적은 다음에 의견서로 제출하겠다. 횡령과 뇌물죄 적용에 법리적인 다툼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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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 조사를 받기 위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며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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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재판이 여론의 주목을 받는 것은 이들의 혐의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혐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이들의 혐의 대부분을 인정할 경우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검찰은 이 같은 특활비 상납이 이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졌고, 이 중 일부가 이 전 대통령에게 흘러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람 외에도 장다사로(61)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박재완(64) 전 청와대 정무수석, 김희중(50) 전 청와대 부속실장 등이 각각 특활비를 상납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이뤄진 국정원 특활비 상납 의혹의 정점에 박 전 대통령이 있듯, MB 정부 시절 벌어진 특활비 상납 의혹 역시 정점에 이 전 대통령이 자리하고 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최진녕 변호사는 “당사자인 김 전 비서관이 모든 혐의를 인정하는 만큼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향후 두 사람의 1심 결과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형 및 재판에 큰 영향을 미칠 것”라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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