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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빅픽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첫사랑의 화양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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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funE | 김지혜 기자] 사랑의 감정은 때로 오감을 깨우는 일이다. 특히 인생에서 처음 겪는 경험이라면 생을 통틀어 가장 신기하고, 신비로운 기억으로 저장될 수도 있다.

모두가 첫사랑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첫사랑의 상대가 있다. 또 그 사랑에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는 축복까지 더해진다면 특별할 수 밖에 없다. 그런 감정과 기억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화양연화'(花樣年華: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가 된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감독 루카 구아다니노)은 첫사랑의 화양연화를 문학적이면서도 영화적으로 그린 매우 아름다운 결과물이다.

1983년 이탈리아, 17살의 소년 엘리오(Elio)는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가족 별장에서 여름이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어느 날 24살의 미국인 대학원생 올리버(Oliver)가 아버지의 보조 연구원으로 찾아오면서 엘리오의 마음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

안드레 애치먼의 소설 '그해, 여름 손님'을 스크린에 옮긴 이 영화는 누구나의 가슴 속에 남아있는 첫사랑 기억을 소환시켜 영위하게 한다. 좋은 영화는 관객이 이야기와 인물을 바라보게 하는데 그치지 않고, 인물에 감정을 동일시하게 되는 마법을 부린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그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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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의 사랑을 다룬 영화가 가진 특수성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육체의 교감을 보여주는 시각적 묘사를 최소화하면서 엘리오와 올리오의 지성과 감성이 어떻게 교류하는지를 섬세하게 그리며 첫사랑의 보편성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영화는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빠져드는 과정만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낯선 감정에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순간까지도 포착한다.

어떤 이들이 보기에 사랑에 빠지는 두 사람이 모습이 다소 갑작스럽게 보이기도 할 것이다. 물론 엘리오의 1인칭 시점에서 회상하는 형식으로 전개된 소설과 비교하면 영화는 생략이 많다. 그러나 올리버를 향한 엘리오의 감정은 태어나 처음 가져본 열병 같은 감정이다. 그 미스터리한 현상을 느끼고 받아들이는 엘리오의 모습이 영화에 압축적으로 표현돼있다.

영화를 연출한 루카 루아다니노 감독과 소설을 각색한 제임스 아이보리는 매체의 특성에 맞춰 정제된 결과물을 내놓았다. 영화의 제목이 두 사람의 결정적인 순간에 서로의 입에서 발화될 때 느끼는 감흥은 문장으로 느낄 때와는 또 다르게 다가온다.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주 출신인 루카 구아다니노의 감독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국의 보석 같은 장소를 영화적 공간으로 절묘하게 활용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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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작 '아이 엠 러브'(2009)의 배경은 이탈리아 북부의 밀라노다. 줄거리로는 뻔한 불륜 로맨스로 보일 수 있지만 이 작품은 20세기 밀라노의 귀족 집안에서 벌어진 '인형의 집'(헨릭 입센 作)같은 이야기다. 아내이자 며느리, 엄마 등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역할을 벗어던지고 태어나 처음으로 욕망에 충실한 선택을 하고, 자유를 실현하는 한 여성에 관한 서사다. 이 영화에서 밀라노의 고저택은 억압의 상징이었다.

'비거 스플래쉬'(2015)의 배경은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의 화산섬 판탈레리아이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비밀스러운 그 곳에서 감독은 욕망과 소유, 후회와 결핍에 대한 네 남녀의 은밀한 치정극을 만들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는 원작의 배경인 이탈리아 북부 리비에라 지역의 리구리아가 아닌 감독의 거주지인 이탈리아 남부의 크레마에서 촬영됐다. 역사와 문화가 배인 기품있는 저택과 살구가 익어가는 과수원, 한적한 시골길, 인적이 드문 비밀스러운 강가는 두 남자의 지적 교류와 감정의 교감이 일어나는 장소로 훌륭하게 기능한다.

만물이 영글어 깨어나는 자연의 풍경과 소리는 영상과 음향에 생생하게 담겼다. 이것은 첫사랑이라는 감정의 잉태와 부화에 대한 영화적 은유처럼 보인다. 또한 두 배우의 감정선을 타고 흐르는 수프얀 스티븐스의 노래 '미스터리 오브 러브'(Mystery of love)도 감성 지수를 한껏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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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훌륭한 성장 영화이기도 하다. 꽃이 피고지고 계절이 바뀌듯 사람도 몸과 마음도 변화하며 그 과정에서 파생되는 희로애락은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행복이고 고통이라고 말한다.

"서로가 서로를 알아 본 것은 행운이었어. 네가 가졌던 그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 지금의 그 슬픔과 괴로움을 즐거웠던 기억과 함께 간직하렴"이라고 말하는 아버지의 말은 엘리오에 던지는 위로이자 첫사랑을 경험한 모든 관객의 마음을 깨우는 메시지다.

두 배우의 열연은 안드레 애치먼의 언어로 완성한 첫사랑의 서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17살의 엘리오로 분한 티모시 샬라메의 다채로운 매력은 영화 내내 반짝거린다. 24살의 올리버로 분한 아미 해머의 아름다운 육체, 중저음의 음성도 첫사랑의 대상으로서 설레임을 주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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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는 역대 아카데미 시상식 역대 최연소(24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특별하다. 우수와 관능미를 동시에 머금은 눈빛을 청춘의 열정과 불안함을 연기하는데 절묘하게 사용한다. 후회, 원망, 슬픔, 기쁨 등의 감정을 미세한 표정 변화와 뜨거운 눈물로만 담아낸 3분여의 롱테이크는 '올해의 엔딩'으로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 저릿하고 아름답다.

티모시 샬라메가 훗날 어떤 배우로, 어느 위치까지 성장할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작품이 필모그래피에서 차지하게 될 의미가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이토록 재능있는 배우을 발견하는 기쁨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선택한 관객이 누릴 행복이기도 하다.

상영시간 132분, 청소년 관람불가, 3월 22일 개봉.

ebada@sbs.co.kr

<사진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스틸 컷, '아이 엠 러브'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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