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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수장 날아간 금감원, 하나은행 들이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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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2013년 하나은행 채용 비리 연루 의혹으로 불명예 퇴진하자 금융 당국이 13일 하나금융에 '전면전'을 선포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하나은행과 하나금융지주에 특별검사반 20명을 전격 투입했다. 검사 대상과 기간에 제한이 없는 이례적인 고강도·대규모 조사다. 자체 검사에 그치지 않고 채용 비리 혐의가 나오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사실 여부를 규명할 방침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번 조사가 감독 기관의 권위를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되도록 할 것"이라며 "채용 비리를 발본색원하겠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또 금감원장 사퇴 파동의 배후에 하나금융 경영진이 있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하나금융은 지난 1월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강행하며 금융 당국과 갈등을 시작했다.

여당 의원들도 가세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하나금융이 온 국민이 분노한 채용 비리를 갖고 금융 당국에 반격 카드로 쓴다면 이를 가만두면 안 된다"고 했다.

이렇게 민간 금융회사 한 곳을 놓고 금융 당국과 여당이 집중 공세에 나선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금융 당국 반격에 나섰다

최 위원장의 강경 발언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나왔다. 그는 금감원장 사퇴(지난 12일)에 대해 "본인의 잘못을 시인하고 책임지고 사임한 것은 아니다"면서 "더욱 철저하고 공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고 그 과정에 본인이 걸림돌이 되면 안 되겠다는 뜻에서 사임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하나금융에 직격탄을 날렸다. 최 위원장은 "2013년을 중심으로 하나은행 채용 과정에 대해 철저하게 사실 확인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감원 특별 검사는) 인력과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최대한 확실하게 조사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최 위원장은 하나금융 경영진도 겨냥했다. 그는 "(금감원장의 채용 비리 연루 의혹을 처음 알린) 보도 내용을 보면 하나은행 내부가 아니면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하나은행 경영진도 (언론에) 제보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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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특별 검사는 채용 비리 의혹이 있는 하나은행뿐 아니라 하나금융지주도 대상으로 삼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흥식 금감원장의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 의혹이기 때문에 지주에 대해서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검사는 3주간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 1월 시중은행 11곳의 채용 비리를 모두 검사하는 데 걸린 기간과 같다. 금감원은 필요하면 이번 검사 기간을 연장할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특정 금융사를 콕 찍어 장기간 검사한다는 건 먼지 하나까지 털어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지난 1월 채용 비리 검사 때 관련 자료를 삭제하며 검사를 방해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하나금융 "입이 있어도 말 못 할 입장"

이날 하나금융은 침묵 속에 상황 파악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금감원 특별 검사를 성실하게 받겠다'는 것 이외에 달리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금은 입이 있어도 말 못 할 입장 아니냐"고 했다. 하나금융은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확정 짓는 주주총회를 오는 23일 개최할 예정이다.

금감원의 하나금융 특별 검사가 '핵폭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자신의 채용 비리 연루 의혹을 해명하며 "금융 당국에서도 연락이 왔고, 그런 부탁을 받아 담당자에게 던져줬다"고 했다. 이번 검사에서 실세 정치인, 고위 공직자 등이 추가 적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만약 금감원이 '화풀이식' '마구잡이' 검사를 하거나 금감원 관련 의혹을 덮으려고 한다면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격이 될 것"이라고 했다.

 



금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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