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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계약서’ 2개가 된 영화업계…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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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단체협약서 만든 계약서 놓고 정부 “기존 계약서만 인정”

노조 “노사정 협약 어겨” 소송…법정다툼에 종사자들 ‘혼란’

영화업계의 ‘기준’이 되는 표준계약서 문제가 영화 노동자들과 정부 간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

포괄임금용과 시간급용 두 가지를 인정하는 정부의 표준계약서를 ‘시간급용’만 있는 영화산업 노사의 2017년 새 표준계약서로 바꿀지를 두고 양측이 부딪히면서다. 소송전으로 가면서 영화계에는 정부 지원 기준이 되는 ‘표준계약서’가 2개인 혼란상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권혁중 부장판사)는 최근 전국영화산업노조가 대한민국과 영진위를 상대로 낸 관련 이행청구 소송을 심리 중이다. 첫 변론기일은 5월3일로 잡혔다.

쟁점은 정부가 2015년 공지한 영화계 표준계약서를 영화산업 노조가 지난해 단체협약에서 도출한 것으로 바꿀지 여부다. 정부의 표준계약서는 현장 계약 가이드라인이자 국고를 투입하는 영화진흥사업 대상을 선정하는 잣대로 활용된다.

노조는 정부 표준계약서가 장시간 노동환경을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2014년 영진위 조사에 따르면 영화 스태프들은 한국 전체 기준을 상회하는 월평균 311.9시간을 일한다. 연장·야간근로 등 수당을 급여에 포함하는 포괄임금제에선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보장받기 어렵다. 영화산업 노사는 2017년 포괄임금용을 없애고, 시간급용만 있는 표준계약서를 내놓은 상태다.

노조 측은 2014년 노사정 이행협약을 주장의 근거로 든다. 문체부 산하 영진위가 협약당사자로 서명했고, 협약식엔 김종덕 당시 문체부 장관이 참석했다. 협약서엔 “협약 당사자들은 투자, 제작(공동제작)을 진행할 경우 ‘영화산업 노사 임금 및 단체협약’을 준수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2015년 문체부는 영화산업 노사의 단체협약에서 나온 표준계약서를 거의 그대로 반영한 표준계약서를 공지했다. 노조 측이 지난해 9월 문체부에서 받은 공문에는 “특별히 해석을 달리할 상황이 아니라면 협약당사자들이 영화산업 노사 임금 및 단체협약이 반영된 표준근로계약서를 적용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돼 있다.

정부는 왜 새 표준계약서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일까. 2년 전과 상황이 어떻게 달라진 것일까. 문체부는 협약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라고 반박한다. 서명한 것은 ‘영진위’이고, 2015년에도 관련법 절차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 검토를 거쳐 표준계약서를 게시한 것일 뿐 협약상 의무를 따른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영진위는 법적으로 표준계약서를 개발·공시할 권한이 없다. 정부 측은 2017년 단체협약은 이전과 달리 43개 사용자만의 위임을 받았기 때문에 내용상으로도 ‘표준’으로 삼을 수 없다고 말한다.

입장이 엇갈리면서 정부 지원의 기준이 되는 표준계약서는 2개가 됐다. 정부가 사용 중인 2015년 표준계약서와 2017년 영화산업노조가 포괄임금용을 폐기한 시간급제 표준계약서다. 정부는 2017년 것을 ‘표준’으로 인정하진 않지만, 그해 노사 단체협약에 참여한 사용자들은 이를 기준으로 할 수 있도록 한 상태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법상 단체협약 유효기간은 2년이므로 2015년 것은 이미 폐기됐는데 잘못된 계약서를 정부가 버젓이 올려놓고 있다”며 “노사정 이행협약을 지킬 의사가 없고 사용자 반대로 2017년 것을 게시할 수 없다면 이전 것을 즉각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진위 관계자는 “포괄임금제를 시정해야 한다는 방향성엔 동의하지만, 법에 근거해야 한다”며 “노사정 업무협약이 법보다 앞설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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