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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진짜 아이스크림 가격을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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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워치] 나원식 기자 setisoul@bizwatch.co.kr

국내 아이스크림 업체들이 매출 하락과 수익성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아이스크림 시장이 움츠러들고 있는 가운데 반값 할인을 상시화하면서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실제로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 규모는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국내 빙과시장의 매출은 지난 2015년 2조 184억원에서 지난해는 1조 6837억원으로 16% 넘게 급감했다. 아이스크림의 주 소비층인 어린이와 청소년의 인구가 계속 줄고 있는 데다 아이스크림의 대체재인 디저트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동네 슈퍼마켓과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반값 할인'을 상시화하면서 수익성까지 바닥을 기고 있다. 한 빙과업체 관계자는 "지금 아이스크림 부문 영업이익률이 1~2%에 불과하다"며 "대부분 업체가 사실상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스크림 가격을 둘러싼 불신도 강하다. 반값 할인으로 아이스크림 가격이 가게마다 천차만별이다 보니 시장의 왜곡은 물론 도대체 진짜 가격이 얼마인지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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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빙그레와 해태제과, 롯데제과, 롯데푸드 등 국내 빙과업체 4사가 일제히 일부 제품에 권장소비자가격을 표기하며 '시장 정상화'에 나섰다. 가격을 표기하면서 판매 채널과 관계없이 소매점 납품가격을 일정 수준으로 맞추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그러면 앞으로 소매점들의 무차별적인 '반값 할인' 관행이 줄면서 빙과업체의 수익성 회복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들쑥날쑥한 아이스크림 가격을 둘러싼 소비자들의 불신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빙과업체들은 반값 아이스크림 관행의 '주범'으로 동네 슈퍼마켓을 지목하고 있다. '갑'의 위치에 있는 소매점들이 반값 할인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미끼상품으로 팔아온 탓에 '을'인 빙과업체들은 가격을 표기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선 점주들은 선후가 뒤바뀌었다고 하소연한다. "빙과업체들끼리 출혈경쟁을 벌이다가 상황이 어려워지니까 소매점을 걸고넘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빙과업체들이 가격 표기를 원하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일부 점주의 경우 아이스크림 할인 판매 관행에 피로감을 호소한다. 상시적인 할인 판매로 마진이 박한 만큼 모두 제 가격에 파는 게 낫다는 주장이다.

사실 아이스크림의 가격 표기를 금지한 오픈프라이스 제도는 지난 2010년 도입됐다가 1년 만에 사라졌다. 당시 정부는 권장소비자가격 표기를 독려했지만 빙과업체들이 수년간 이를 기피해왔다. 가격 표기가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인 탓이다.

그러다 보니 빙과업체들이 왜곡된 가격 구조 뒤에 숨어 있다는 지적도 일부에서 나온다. 가격을 표기하지 않으면서 눈에 띄지 않게 조금씩 실제 판매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빙과업체들은 지난 2012년과 2016년에도 권장소비자가격 표기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다. 슈퍼마켓 점주들의 반발을 이유로 꼽았지만 오히려 빙과업체들의 필요에 따라 오락가락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렇다면 과연 이번엔 어떨까. 이번에 홈 타입 제품에 한해 권장소비자가격을 표기한 빙과업체들은 점차 바류 등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아이스크림 권장소비자가격 표기를 정착시키겠다는 설명이다. 물론 일부 소매점 점주들이 반발할 수 있다. 아이스크림 반값 할인을 미끼로 그나마 손님을 끌었던 만큼 당장 아쉬움이 클 수 있어서다.

하지만 빙과업체들은 이 약속을 꼭 지켜야 한다. 만약 이번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가격을 표기했다가 또 지우기를 반복하면 아이스크림 가격을 둘러싼 소비자의 불신 해소는 아예 물 건너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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