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1 (화)

추격 허용않는 지존 아마존···유통·패션업계 `온라인 미투 전략` 안통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107]
타깃·월마트 등 온라인 시장 확대하려다 되려 실적 악화
H&M도 오프라인 철수 후 온라인 집중했지만 부진 여전
'아이들의 천국' 토이저러스도 아마존 탓 매장 폐쇄 줄이어
아마존은 저소득층 제공 혜택 확대 등 공격적 행보 이어가


매일경제

지난해 영국 이코노미스트 커버페이지에서 `아마존 왕국`을 나타냈던 그래픽. /출처=이코노미스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을 따라하려다 되레 피해를 보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아마존을 필두로 한 온라인 구매시장의 영향력이 커지자 오프라인 매장까지 폐쇄하는 강수를 두며 애를 써 보고는 있지만 성과는 기대 이하다. '무소불위'의 지위에 오른 아마존은 이 와중에도 공격적으로 사업 기반을 넓혀가고 있어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마존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기업은 월마트다. 월마트는 아마존이 등장하기 전 미국 유통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었으나 현재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매출이 예전처럼 나오지 않자 일부 매장을 폐쇄하고 매장 운영에 들어갔던 예산을 온라인 판매에 쏟아부었다. 지난달 중순 월마트는 미국 내 샘스클럽(월마트의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 매장의 약 10%에 해당하는 63곳을 폐쇄하고 일부를 전자상거래 서비스센터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계획으로 아마존을 따라잡기는커녕 월마트의 성장률만 둔화시키면서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지난달 말 발표된 월마트의 2017년 4분기 실적에서 월마트의 미국 시장 온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는 전 분기의 50%, 6개월간 평균치인 60%보다 훨씬 낮은 수치였다. 온라인 판매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탓에 영업비용이 오히려 늘어나는 부작용도 겪었다.

타깃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 6일 발표된 타깃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예상치를 하회했다. 온라인 주문 배송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아지면서 적자를 본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아마존과의 경쟁 도박에 뛰어든 타깃의 전략이 실적에 악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아마존 쇼크'는 패션 업계도 뒤흔들고 있다. 스웨덴 패션 브랜드 H&M(에이치앤앰)의 경우, 지난해 주가가 33% 하락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매출이 급격하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H&M은 비용 절감을 위해 올해 들어서만 170개 매장을 폐쇄했다. 1998년 이후 최대 규모의 매장 폐쇄다. H&M은 대규모 매장 폐쇄와 함께 오프라인 매장에 들어가는 비용을 온라인 시장으로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시장 반응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H&M이 새로운 매출 전략을 공개한 1월 말, H&M 주가는 스톡홀롬 증시에서 9% 폭락하며 9년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H&M 투자자들은 H&M이 온라인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시각 때문에 H&M의 최대 주주들조차 주식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리처드 체임벌린 RBC 캐피털마킷 수석연구원은 "H&M이 패션업계에서 다시 부활할 수 있다는 여지가 별로 없다"고 분석했다.

'아이들의 천국'이라 불리며 한때 월마트·타깃보다도 더 큰 유통 체인을 보유했던 토이저러스는 이제 미국 내 전 매장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 역시나 아마존을 필두로 한 온라인 시장 강화에 따른 오프라인 매장 매출 부진 때문이다. 토이저러스 주주들 중 일부는 토이저러스가 온라인 판매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하지만 아마존을 따라잡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이 나온다.

아마존은 양보할 기색이 전혀 없는 눈치다. 최근에는 저소득층과 젊은 세대를 겨냥하는 전략을 공개하며 고객층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아마존은 미국 정부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의료서비스 '메디케이드' 수급자들에게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 월간 이용료를 반값에 할인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저소득층은 그동안 월마트의 주고객으로 인식됐으나 이제는 아마존 서비스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더해 JP모건, 캐피털원 등과 협력해 신용카드가 없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당좌예금 계좌와 비슷한 금융서비스를 출시할 수도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월마트가 "우리 고객들은 전 소득계층에 분포돼 있다"며 담담한 척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아마존의 확장에 매우 불안해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김하경 국제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