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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저는 생활형 검사입니다"..검사내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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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속이는 권모술수로 승자처럼 권세를 부리거나 각광을 훔치는 사람들만 있는 것 같지만, 하루하루 촌로처럼 혹은 청소부처럼 생활로서 검사 일을 하는 검사들도 있다. 세상의 비난에 어리둥절해하면서도 늘 보람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생활형 검사로 살아봤는데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저자 김웅은 2000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이래 18년간 검사 일을 해왔다. 그런데 굳이 스스로를 ‘생활형 검사’라고 지칭한다.

검사란 이 사회에서 권력의 중심에 있는 힘 있는 자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로서는 고개를 갸웃거릴 대목이다. 그저 직업으로서 밥벌이하며 살아가려고 고시 공부해 검사가 됐다는 건 좀 이상하다.

대부분 ‘검사’라고 하면 권력 지향적이고 야망에 가득 찬 사람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소위 있는 집 자손이 아니라 하더라도 일단 검사만 되면 잘나가는 집안과 결혼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어려서부터 검사를 꿈꿔본 적 단 한 번도 없었고 엉겁결에 검사가 됐다는 것이다. 어떤 일을 하며 밥벌이를 할까 생각하다가 그저 직업으로서 검사가 되기로 선택하고 고시 공부를 했다는 얘기다. 무딘 각오조차 없이 시작해서일까. 저자의 초임 검사 생활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각종 사건 처리 통계가 좋지 않아 ‘당청꼴찌’, 그러니까 ‘우리 청에서 꼴찌’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을 뿐 아니라 검찰 조직 문화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폭탄주’ 마시는 일도 너무 힘들어했다. 덕분에 조직에서 눈총을 받은 것은 물론이다.

사실 검사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지겹도록 많이 등장하는 소재다. 거기서 검사는 보통 ‘거악의 근원’이거나 반대로 불의를 일거에 해소하는 ‘정의로운’ 존재로 설정된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극적인 이야기들이 ‘현실’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검사들과 별로 관계가 없다고 말한다.

드라마와 달리 검찰도 일반 회사와 거의 같고 그 조직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보통의 직장인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중에는 각광을 챙겨 정치에 입문하거나 더 높은 자리로 가려는 사람들도 있고 반대로 스스로 ‘조직에 맞지 않는 타입’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다양한 인물 군상은 어느 조직에서나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생활로서 자기 일을 묵묵히 해나간다는 것이고 검사들도 마찬가지란 얘기다.

그렇기에 저자는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기보다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여객선의 작은 나사못’으로 살아가겠다던 어느 선배 검사에게서, 소위 잘나간다는 그 어떤 선배들에게도 느껴보지 못한 ‘존경’라는 감정을 느끼며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의 첫 책 ‘검사내전’은 바로 그렇게 ‘생활형 검사’로 열심히 살아온 저자가 검찰 ‘안’에서 경험한 이야기들이자, 검사라는 ‘직업’ 덕분에 알게 된 세상살이, 사람살이를 둘러싼 그의 ‘속마음’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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