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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김현주의 일상 톡톡] '피고인 박근혜' 징역 30년…국가분열 초래, 반성 기미조차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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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이란 중형(重刑)을 구형했습니다. 국정농단 사건의 공범인 최순실씨에 대한 구형량(징역 25년)보다 더 무거운 형을 요청한 것은 민간인인 최씨보다 한 나라의 원수인 박 전 대통령의 책임이 더 무겁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와 공모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774억원을 강제 출연하게 하고, 대기업으로부터 최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비 등 433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박 전 대통령의 공소사실은 모두 18개인데, 각각의 혐의가 모두 중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 엄중한 구형은 이미 예상됐던 일이기도 합니다.

박 전 대통령의 선고공판은 이달 말이나 내달 초로 예상됩니다. 역사에 기록을 남겨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는 차원에서라도 법의 엄중한 심판이 내려져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여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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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국정농단의 주범인 박근혜(66)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과 벌금 1185억원을 구형했다.

앞서 최순실씨에게 징역 25년을 구형한 만큼, 박 전 대통령에게는 더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결심공판에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 권한을 사유화해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그 결과 피고인은 헌정 사상 최초로 파면되면서 대한민국 헌정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서 자행된 정경유착 폐해를 그대로 답습해 '경제민주화를 통해 국민 행복 시대를 열겠다'는 자신의 공약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쳤다"고 꾸짖었다.

◆검찰 "朴 국정농단의 정점에 있는 최종 책임자"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보여준 불성실한 태도도 지적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최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됐는데도 오히려 '정치공세'라고 비난하며 온 국민을 기만했고, 재판 도중 법원이 구속영장을 새로 발부하자 '정치 보복'이라는 프레임을 설정해 국정농단의 진상을 호도했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가리켜 "국정농단의 정점에 있는 최종 책임자"라며 "국정에 한번도 관여한 적 없는 비선실세에게 국정 운영의 키를 맡겨 국가 위기사태를 자초한 장본인"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 역사에 있어 씻을 수 없는 상처로 기록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의 힘으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면서 "이 같은 비극적 역사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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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16일 법원의 구속 기간 연장에 반발해 재판을 보이콧했던 박 전 대통령은 결심공판에도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핵심 공범인 최씨가 1심에서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만큼, 박 전 대통령에겐 그보다 중형이 선고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재판부 직권으로 선임된 국선변호인이 변론하며 우는 경우 드물어

이번 국정농단 사건을 변호한 박 전 대통령 국선변호인단의 이례적인 변론이 새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들은 국선변호인으로서 단순히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원론적 수준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장면의 '클라이막스'는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 결심공판에서 나왔다.

박승길 변호사는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30년, 벌금 1185억원을 구형하자 '눈물의 최후변론'을 펼쳤다. 박 변호사는 최근 끝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거론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 수년간 올림픽 준비를 하면서 비용, 시설 문제 등을 고민했고 우리 문화와 과학기술을 세계에 알릴 기회로 여긴 것을 알고 있다"며 "그래서 마음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마음으로 박수를 보냈다"면서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울먹이면서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일이 박 전 대통령이 나라를 위해 했던 모든 일까지 없던 것으로 치부하고, 감옥에 가두고 평가하지 않아야 가능하다는 것이냐"며 "실수가 있었어도 대통령으로서 불철주야 노력한 점, 사적 이익을 취하지 않은 점을 부디 감안해 판결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의뢰인으로부터 큰 돈을 받는 사선변호인도 아니고, 재판부 직권으로 선임된 국선변호인이 변론을 하면서 우는 건 보기 힘든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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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선변호인단 최후변론은 오후 2시37분께 조현권 변호사를 시작으로 6시53분에야 끝났다. 스스로 밝힌 예상 소요시간인 3시간을 1시간 이상 넘겼다. 3시간도 지난달 21일 당초 2시간이라고 재판부에 알렸다가 이날 오전에 변경 공지한 것이다.

이들은 지난해 11월28일 국선변호인 체제 첫 공판 증인신문에서부터 100개에 가까운 질문을 쏟아내 보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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