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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푸틴, 유엔 휴전 결의 무시…동구타에 ‘1일 5시간 휴전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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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4일 유엔 30일 휴전 결의안 채택 이후에도 내전 여전

25일엔 독성 염소가스 공격으로 최소 16명 부상 의혹

휴전 실현된다면, 전세계에 ‘러시아 영향력’ 과시 가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리아 동구타에서 하루 5시간 휴전을 명령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만장일치로 채택한 ‘30일간 휴전 결의안’이 무용지물인 상황에서,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을 중단시킬 수 있는 영향력’을 과시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 등 외신은 푸틴 대통령이 27일부터 매일 오전 9시~오후 2시 사이에 5시간씩 시리아 동구타에서 인도주의 휴전을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이 시간 동안 인도주의 통로도 개방해 시민들이 동구타를 탈출할 수 있도록 했다. 동구타에는 약 39만3000명의 시민이 포위돼 있으며, 유엔은 700명이 의료 후송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시리아 정부군은 지난 18일부터 반군 점령지 동구타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을 개시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는 9일간 최소 568명이 숨졌다고 추산한다. 유엔 안보리는 24일부터 30일간 시리아 전역에서 즉각적인 휴전을 결의했으나, 몇분 만에 다시 정부군의 폭격이 시작됐다. 영국 <가디언>은 유엔 결의 이후에도 동구타에서 최소 29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25일 오전에는 염소가스로 추정되는 화학무기 공격이 가해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시리아에 있는 미국 의료단체는 트위터를 통해 “어린이 6명 등 환자 16명이 화학물질에 노출된 것으로 보이는 증상을 앓고 있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염소 공격 의혹은 거짓말”이라고 반발했다.

러시아는 인도주의를 명분으로 유엔 결의를 무시한 독자 휴전안을 발표하면서 안보리의 휴전이 이행될 조건이 무르익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모든 진영이 휴전 결의를 어떻게 이행할지 합의가 되고 나서야 안보리가 결의한 휴전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내전 7년간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정권에 군대와 무기를 지원해 정권 붕괴를 막아준 핵심 동맹이다. 러시아는 국제사회나 내전 당사자들과 상의도 하지 않은 채 푸틴 대통령의 일방적 지시로 휴전을 발표했다. 유엔 결의안으로도 담보하지 못한 휴전이 푸틴 대통령의 명령으로 실현된다면, 국제사회에 강대국 러시아의 영향력을 극적으로 과시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비비시> 방송은 “만일 푸틴 대통령의 인도주의 휴전 발표가 작동한다면, 지난주 폭격이 강화된 이래 동구타 시민들에게 가장 좋은 소식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첫날 휴전 시간에도 교전이 완전히 멈추지는 않았으며, 아직 동구타에서 구호활동을 벌이기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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