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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40년 집단지도체제 끝나고… 시진핑 '1인 독재' 막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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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독재 반복하지 않으려 만든 '주석 임기제한' 규정 삭제]

덩샤오핑·장쩌민도 누리지 못한 임기없는 黨政軍 3대 권력 확보

헌법에 '시진핑 사상' 명기하고 '수퍼 사정기구' 감찰위도 신설

로이터 "시 황제 시대 열렸다"

중국은 정부보다 공산당이 우위인 국가다. 공산당 최고 권력기구는 중앙위원회다. 그 중앙위원회가 현행 헌법의 국가주석 임기 제한 규정을 삭제한 개정안을 전국인민대표자대회(전인대)에 제안했다. 전인대는 우리의 국회 격이다. '시진핑 1인 장기 독재'에 대한 헌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2022년 10년 임기가 끝난다. 그러나 작년 10월 19차 공산당 당 대회 때부터 임기 연장 가능성이 제기됐다. 중국 공산당은 후계자를 둘러싼 권력 투쟁을 차단하기 위해 총서기 두 번째 임기 시작 때 50대 차기 최고지도자 후보를 상무위원으로 발탁해왔다. 그가 국가 부주석, 군사위 부주석을 맡아 후계자 수업을 받았다. '후계자 격대(隔代) 지정' 전통이다. 시 주석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신을 포함한 7인의 새 상무위원 전원을 60대 이상으로 채웠다. 후계자를 명시적으로 만들지 않았다. 후진타오 시절 차세대 후보로 발탁된 쑨정차이 충칭 서기를 비리로 낙마시켰고, 그와 함께 차세대로 꼽혀온 후춘화 광둥성 서기는 상무위원에 발탁하지 않았다. 시진핑 주석 진영은 "상무위원 7인의 집단지도체제로는 미국과의 세계 패권 싸움, 중화민족 부흥을 위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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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가주석 임기 규정은 덩샤오핑 시대인 1982년 12월 개정된 헌법부터 명기됐다. 상무위원회와 정치국을 통한 집단지도체제를 제도화하고 국가 주석 임기를 10년으로 제한했다. 마오쩌둥 같은 독재자 출현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후 장쩌민 시대부터 공산당 서열 1위 총서기가 국가주석과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겸해 당·정·군을 모두 쥐는 삼위일체 체제를 유지했다. 중국 공산당의 헌법인 당장에는 총서기 임기 규정이 없지만, 국가주석 임기의 영향으로 총서기와 군사위 주석직도 대체로 임기가 10년으로 수렴됐다. 특히 시진핑 주석의 전임자 후진타오 전 주석은 시 주석에게 당 총서기, 국가주석, 군사위 주석을 한꺼번에 넘겨 완전한 10년 주기 정권 교체의 전례를 만들었다.

이번에 국가주석 임기 제한이 없어지면 시진핑 주석은 두 전임자는 말할 것도 없고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을 능가하는 절대권력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황제와 같은 권력을 휘둘렀던 마오쩌둥도 당·정·군 권력을 모두 거머쥔 것은 1950년대 중후반 4년여에 불과했다. '대약진 운동' 실패로 국가주석직은 내놓아야 했다. 덩샤오핑은 마오 사후 중앙군사위 주석직만 가졌을 뿐이다.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의 동력을 얻기 위해 남쪽 지방을 순례하는 '남순강화'에 나서야 할 정도로 보수세력의 반대와 견제에 시달렸다.

시 주석은 2012년 집권 이래 부패척결을 명분으로 당·정·군에 포진한 정적들을 축출해왔다. 지난 19차 당 대회에선 7인 상무위원회와 25인 정치국원을 측근들로 채웠다. 덩샤오핑 시대 이래 지속돼온 집단지도체제를 와해시켰다. '시진핑 신시대 사상'도 헌법에 명기하기로 함으로써, 마오쩌둥 이래 처음으로 임기 중 자신의 이름을 헌법에 새기는 지도자 반열에 올랐다. 이번 헌법 개정안에는 모든 공직자를 감찰할 수 있는 수퍼 사정기구인 감찰위원회도 헌법상 국가기관으로 신설하기로 했다. 시 주석의 강력한 권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로이터통신은 "임기 제한까지 사라지면 시 황제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정치평론가 장리판은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시진핑 주석이 37년간 독재한 짐바브웨의 무가베 전 대통령과 같은 장기 집권도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종신집권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코노미스트와 포린폴리시 등은 지난해 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세계 2대 경제대국(G2)에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등장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런 우려가 현실이 돼가고 있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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