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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텅빈 진열대…매출 80% 급감, 中 마트 74곳 여전히 영업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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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로에 선 롯데 ◆

매일경제

베이징역 인근 롯데마트 충원먼점. [이한나 기자]


중국 베이징 도심 자금성과 베이징역 인근 복합 쇼핑몰 글로리몰은 지난 20일 춘제의 여흥이 남아 인파로 북적거렸다. 하지만 이곳 1층 입구에서 롯데마트 표지를 찾을 수 없었다. 지하 2층으로 내려가 '마켓' 표지판을 따라가 보니 구석에 롯데마트가 있었다. 주변 매장들과 대조적으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다.

우선 입구 쪽 계산대는 10개 넘게 있었지만 빨간 유니폼을 입은 여자 계산원 2명만 잡담 하고 있었다. 남자 경비 한 명이 중간쯤 서 있었지만 그 역시 하릴없이 서 있을 뿐이었다. 샴푸 등 일부 공산품은 한 종류가 매대 전체를 차지했고, 구석 매대 일부는 아예 텅 비워 둔 상태였다. 마트의 얼굴 격인 신선식품 코너는 아예 없었다. 대신 한 사내가 마트 빈 공간 한쪽을 빌려 과일 몇 종류를 팔고 있었다. 한 중년 부부는 마켓 표지만 보고 따라왔다가 롯데마트란 간판을 확인하고는 이내 발길을 돌렸다. 한 30대 남자는 매장 안을 한참 돌다가 원하는 상품이 없자 그냥 나갔다. 기자가 찾은 롯데마트 충원먼점은 강제 영업정지를 당하지는 않았으나 매출이 1년 전보다 80%가량 급락했다.

롯데그룹이 성주 골프장을 사드 배치 용지로 요구받아 수용하자 중국 정부는 지난해 3월 3일 소방법 위반을 구실로 장쑤성 창저우시 롯데마트 창저우2점에 첫 영업정지 조치를 취했다. 1년이 다 된 지금 달라진 것은 없다. 베이징 지하철 모니터에서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장면을 지속적으로 틀어주면서 화해 모드로 변한 듯 싶지만 롯데그룹은 여전히 '찬밥' 신세다.

중국 롯데마트 99개 중 74개가 강제 영업정지를 당했고, 13개도 운영이 어려워 자율 휴무 중이다. 나머지 12개 점포는 문은 열었지만 반롯데 정서로 현지 협력사들이 정부 눈치에 물건 납품을 거부해 '고사(枯死)' 직전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사드 보복 이후 중국 롯데마트 방문객 수는 70% 이상, 매출은 77%가량 급감했다"며 "지난해 중국 내 롯데마트 매출 타격은 1조2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 롯데마트는 약 268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9월 매각 주간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하고 중국 롯데마트 매각을 추진 중이나 진전이 없다. 인수 후보 기업들이 롯데에 대한 중국 당국의 보복 의지가 누그러지지 않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베이징 =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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