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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GM 사태'는 모두 다 산업은행 책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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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부실 주주권 행사, 구조조정 모두 정부당국·청와대 등의 합의된 의사결정 산물…산은 책임론에 의문가져봐야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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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미세먼지가 심한 것도 산업은행 탓이라고 하던데요"

'GM 사태'로 뭇매를 맞고 있는 산업은행에서 이런 말까지 나돈다고 합니다. 무슨 얘기인지 궁금했습니다. 미세먼지를 내뿜는 석탄화력발전 기업에 대출을 해주는 곳이 산업은행이기 때문이라네요. '산은의 대출승인→화력발전 자금 공급→ 높은 미세먼지 농도'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순간 귀를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이 우스갯소리(?) 같은 말은 산은이 처한 입장을 보여주는 한 단면 같습니다.

산업은행 책임론의 원천은 한국GM의 부실을 2대주주(지분율 17.2%)로서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데 있습니다. 물론 책임을 져야 하는 주체이긴 합니다. 하지만 모든 게 다 산은의 탓이라는 논리는 너무 쉬운 인과론에 가깝습니다. 부실기업을 관리하고 감시해야 할 주체들을 '너무 많이' 생략했기 때문입니다.

산은이 지분이나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주주권 행사는 정부 당국과 청와대 등의 합의된 의사결정의 산물입니다. 금융권 내에서 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구조조정 방식을 결정하는 것, 한국GM에 대한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산업은행이지만 이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금융위원회·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 등 정부 입니다. 산은은 '국민 세금'이 출처인 정부 출자를 받기도 하는 국책은행이고 금융위원회의 산하기관이기 때문입니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자금 지원이 기획재정부·한국은행·금융위원회·청와대 등으로 이뤄진 서별관회의에서 결정된 것이 그 예입니다.

한국GM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도난 대우차를 GM에 매각하고, 소수주주권을 획득하고, 비토권을 행사하고, 이제는 철수를 미끼로 돈을 달라는 한국GM과 협상을 벌이는 일까지 모두 산업은행 혼자서 하는 일이 아닙니다. 어찌 보면 산은은 창구 역할만 하고 있는 셈입니다. 현 정부의 의지, 각 부처가 한국GM을 보는 산업적 혹은 재무적 시각 등이 결합된 총체적 의사결정의 결과입니다.

하지만 당국의 장관, 고위 관료, 부처의 실무자 등이 산은 뒤로 숨으면서 책임 질 사람이 아무도 없어지고, '모든 게 산은 탓'이란 쉬운 논리로 귀결되고 있습니다.

산은 고위관계자는 "산은은 기업금융의 보초"라고 말합니다. 시중은행이 외면하는 기업금융을 도맡으며 '비 올 때 우산을 뺏지 않는' 든든한 보초 역할을 한다는 겁니다. 전쟁이 발발했다면 그게 다 보초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듭니다. 한국 GM 사태도 마찬가지입니다. 협상 과정에서 본질과는 먼 '여론재판'식 책임추궁이 매번 이어지고 항상 그 타깃이 산은에게 '만' 향하고 있습니다. 이 진부한 프레임 덕분에 진짜 책임져야 할 누군가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지 않을까요.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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