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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단독]GM, 창원공장 효율성 ‘역대 최저점’…구조조정 수순 밟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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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제조시스템’ 경쟁력 평가

정부와 협상서 인력 감축 노림수

GM 본사가 한국지엠 창원공장의 부적절한 인원 활용 등을 이유로 공장 평가에서 효율성 항목에 역대 최저점을 매긴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3일 군산공장 폐쇄 발표에 이어 이번에는 창원공장의 구조조정까지 겨냥한 포석으로 받아들여진다.

한국지엠에 정통한 한 인사는 23일 “창원공장이 이달 초 실시된 GM 본사의 ‘GMS(글로벌제조시스템) BIQ(빌트인 품질) 레벨 4 인증’ 심사에서 낮은 가동률 때문에 공장 효율성 항목에서 역대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안다”고 말했다. GM이 해외공장의 사업성을 검토할 때 적용하는 GMS 평가는 안전과 품질, 생산성 등 자동차를 만드는 체계에서 해당 공장이 얼마나 경쟁력 있는지 점검하는 척도다.

공장 품질 수준을 규정하는 BIQ 평가에서 한국지엠 가동 공장 가운데 유일하게 창원공장만 ‘레벨 4’ 인증을 받지 못했다. 이미 폐쇄키로 한 군산공장도 레벨 4 인증을 받았다. 게다가 지난해 말 BIQ ‘레벨 3’ 인증 재심사를 받았을 때보다 더 나쁜 점수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레벨 1부터 5까지 있는 BIQ 척도는 숫자가 클수록 품질이 좋다는 뜻이다. 또 GM은 생산성 척도인 CPV(자동차 1대당 제조비용)를 공표한 적은 없지만, 한국 공장이 해외 공장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든다고 지적해왔다.

한국지엠 창원지역본부장인 김선홍 전무는 지난 21일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이번에 다시 도전한 GMS 평가가 더 나빠져서 장기 생존을 위한 신차 유치가 중요한 이 시점에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도 우리 미래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평가 결과는 정부와 재정 지원 범위 등을 놓고 협상 중인 GM이 국내에서 구조조정 수순을 이미 밟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돼 파장이 예상된다. 한국지엠 노사는 오는 3월 GM의 글로벌 신차 생산기지 배정을 앞두고 ‘2018년도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을 벌이고 있다.

▶GM “경차 생산 경쟁력 없다”…창원공장까지 몸집 줄이기

본사 효율성 평가 최저점

정부 지원을 전제로 GM의 신차 배정 때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1종을 받기로 한 창원공장이 GM 본사의 효율성 평가에서 역대 최저점을 받아 ‘먹구름’이 끼게 됐다. 이 때문에 신차 투입에 앞서 GM이 인력감축 등 창원공장의 몸집을 줄이는 작업을 실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평가는 군산공장 폐쇄 발표에 이어 창원·부평공장까지 겨냥한 생산량 축소와 인건비 절감 등 대규모 구조조정의 예고편이란 시각이 있다.

23일 자동차업계 등에 따르면 GM 본사가 해외 공장의 사업성을 검토하는 GMS(글로벌제조시스템) 평가에서 창원공장은 공장 가동률이 낮고 생산라인의 편성 효율이 떨어진다는 이유 등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한국지엠 창원지역본부장인 김선홍 전무는 지난 21일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창원공장은 우리나라 경차 생산의 역사”라면서 “경차 생산의 자부심에도 이제는 경쟁력이 상실됐다”고 밝혔다.

GM이 추진 중인 일련의 구조조정은 한국지엠 생산량 축소와 인건비 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간 한국지엠은 경차 ‘스파크’와 경상용차 ‘다마스’ ‘라보’ 등을 생산하는 창원공장의 가동률이 70~80% 수준이라고 공표해왔다. 하지만 이번 GMS 평가 결과로 볼 때 전보다 가동률이 더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창원공장은 GM 본사 평가에서 ‘근무인력 활용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이 부분은 향후 한국지엠 인력 조정 과정에서 고용불안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김 전무는 “이번 평가는 외부에서 볼 때 ‘창원공장은 장기적 생존을 위해 낭비를 제거해 개선하려는 공장인가’ ‘진정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의지가 있는 공장인가’ ‘고객을 위한 품질 좋은 차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공장인가’ 등의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장의 생산성을 평가하는 CPV(자동차 1대당 제조비용) 등의 기준은 GM만의 특수한 셈법이 적용된 것이어서 향후 국내 공장 경쟁력 평가를 놓고 GM과 노조, 산업은행 사이에 공정성 시비가 일 수 있다. 특히 이번 공장 효율성 평가에서 최저점을 받은 근본 원인은 낮은 가동률에 있다. 공장 가동이 원활치 못한 것은 경차 ‘스파크’와 경상용차 ‘다마스’ ‘라보’가 시장에서 인기가 없고, 일부는 환경기준도 못 맞춰 내년에 생산이 중단될 구형 모델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GM이 그간 고품질의 차량을 창원공장에 배정하지 않은 결과 공장 효율성이 떨어진 측면이 커, 그 책임을 노동자들에게만 묻는 것은 비합리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동수 창원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GM이 이번 정부가 실업자 문제 등 고용 안정성에 신경쓴다는 점을 노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구조조정 카드를 꺼낸 것 같다”며 “정부를 상대로 한 GM의 심리전에 놀아나지 말고 현재 한국지엠의 유동성 위기에 대한 근본 책임을 놓고 시비를 가려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협상 창구인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지난 22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당국자를 만나 한국지엠 실사와 신차 배정 방침 등에 합의하고 출국했다. 다만 GM이 여전히 서면으로 된 장기투자계획 등을 제출하지 않고 있어 번복 여지가 남아 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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