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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美 "김영철, 천안함 기념관 가보라"…'北과 접촉' 입장 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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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金 독자제재 대상으로 올려 / 韓 방문 양해 여부도 답변 피해 / 국무부선 일시적 제재해제 고려 / 노어트 “韓 정부와 긴밀히 협력” / “金 파견은 韓·美훈련 경고 목적”

세계일보

미국 정부가 북·미 접촉 여부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을 단장으로 한 고위급 대표단을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 파견한 상황에서 북한도 김영철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당 통일전선부장)이 이끄는 대표단을 보내기로 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특히 23일(현지시간) 사상 최대 규모의 대북 제재를 발표하기 때문에 북·미 간 접촉이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는 김 부위원장에 대한 강한 경계심을 표시하면서 북·미 고위인사 간 면담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미국은 독자적인 대북 제재를 취하면서 김 부위원장을 제재 대상에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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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뒤 김영철 2013년 3월 김영철(원안) 인민군 정찰총국장(현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앞줄 오른쪽),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가운데) 등과 함께 소형 함정을 타고 북한군 서해 장재도방어대와 무도영웅방어대를 시찰하고 있다. 북한군은 2010년 11월 장재도방어대와 무도영웅방어대에서 연평도 포탄 170여발을 발사하는 연평도 포격사건을 일으켰다. 연합뉴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에서 김 부위원장 방남에 대해 “그가 (천안함) 기념관에 가서 그에게 책임이 있다고 여겨져 온 것을 보는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노어트 대변인은 미국이 제재 대상인 김 부위원장의 한국 방문을 양해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이같이 말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했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 안보공원에 있는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함으로써 북한의 ‘평화 공세’에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바 있다.

노어트 대변인은 김 부위원장의 방남에 대해 “우리는 한국과 매우 긴밀한 관계에 있다”면서 “한국은 다양한 제재가 해제되고, 특정한 개인이 한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유엔과 협력해왔다”고 설명했다. 한·미 양국은 김 부위원장에 대한 일시적인 제재 해제 문제를 외교 경로를 통해 협의하고 있으며 대승적인 차원에서 그의 방남을 허용해야 한다는 한국의 입장에 미국이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이 말했다.

노어트 대변인도 “우리가 이 문제에 대처하는 데 있어서 한국 정부의 가까운 동반자이자 동맹으로서 일하는 것이고, 안전하고 성공적인 올림픽을 보장하고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해 그의 방남에 제동을 걸지 않을 것을 시사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우리는 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한국에 온 김정은의 여동생 방남 때처럼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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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김 부위원장의 폐회식 참석으로 이방카 선임고문이 외교적인 곤경에 처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WSJ는 “펜스 부통령과 김여정 부부장 간 면담이 불발로 끝났으나 이번에는 계획적이든 아니든 간에 양측이 조우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미 대표단이 김 부위원장의 등장에 어떻게 대처할지 이번 주말에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김 부위원장을 파견하는 것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재개하면 한반도에 다시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고 한·미 양국에 경고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이 신문이 지적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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