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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연일 청년일자리 추경 언급하는 정부…효과와 당위성 놓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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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예산안 428조8000억원을 제대로 집행도 하기 전에 이례적으로 청년일자리 문제 해소를 위해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 편성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정부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지난해부터 세금이 정부 예상치 보다 더 잘 걷히는 것을 감안하면 최대 20조원의 슈퍼 추경까지 나올 수 있다는 설(說)도 나온다.

정부가 올해 본예산을 제대로 집행하기도 전에 추경 카드를 내비친 것은 향후 3~4년 동안 청년 일자리 문제에 모든 수단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절박한 인식과 함께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등 상반기 대규모 실업에 대한 불안감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경기 보강용 추경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정부와 국책연구기관들은 재정 지출에 따른 국내총생산(GDP) 증가를 나타내는 ‘재정 승수’를 약 0.5 안팎으로 보고 있다. 만약 10조원 추경이 집행되면 GDP는 약 5조원 증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15년부터 매년 경기 보강용 추경을 편성하는 것에 대해 국가 재정 건전성 훼손이라는 시각과 예산의 탄력적 운용이라는 시각이 팽팽하게 맞서며 논란이 일고 있다. 추경의 효과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과감한 규제완화 등 일자리 창출을 위한 혁신성장 정책은 구두 선언에 그치고 있는 상황에서 연이어 재정을 투입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구상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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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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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초부터 이례적으로 경기 보강용 추경 카드 꺼내 든 정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과 23일 이틀 연속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역대 추경 편성 과정을 고려하면 김 부총리의 발언은 이례적이다. 정부는 매년 하반기에 다음해 예산을 편성하는데, 추경은 본예산을 편성할 때 예측하지 못했던 일들이 발생할 경우 추가로 편성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본예산을 제대로 집행도 하기 전인 연초(2월)에 추경 편성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난해 일자리 추경(11조원) 규모를 훨씬 뛰어 넘는 슈퍼 추경을 편성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부가 추경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상반기 경기 불안에 대한 압박감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 드러난 한국 경제의 올해 출발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2월 수출은 전년 대비 14.5% 증가했고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걱정됐던 1월 취업자수 증가폭도 전년대비 33만4000명을 기록하며 오히려 지난해 9월(31만4000명) 이후 4개월 만에 30만명대로 반등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위험 요인이 숨어있다. 대표적인 게 청년 일자리 문제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9%로 역대 최악이었으며,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22.7%까지 올라간 상태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까지 정부 부처의 청년 일자리 문제 대응을 공개적으로 질타해 재정 당국(기획재정부) 입장에서는 마음이 다급한 상태다.

문 대통령과 정부는 청년 일자리 문제의 원인 중 하나가 인구 구조 변화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2차 베이비붐 세대(1968~1974년생)의 자녀들인 에코붐 세대(1991~1996년생) 인구는 부모 세대 처럼 상대적으로 많다. 에코붐 세대가 지난 2014년부터 노동시장에 진입하면서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들이 노동시장에서 자리를 잡는 향후 3~4년 동안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추경 등의 과감한 재정 투입을 검토하는 배경이다.

한국GM 사태도 돌발 변수다. GM 본사가 한국GM 공장들의 철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대량 실업에 대한 위기감도 조성되고 있다. 이미 GM의 군산 공장 폐쇄로 약 1만명의 근로자와 협력업체 종사자들이 직간접적인 실직 위험에 노출됐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올해 추경을 편성한다면 대량 실업이라는 국가재정법상 편성 요건을 인용해 당위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청년 일자리 대책과 군산 등 제조업 위축에 타격을 받고 있는 지역 경제 지원 방안에 집중적으로 추경을 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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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추경으로 쓸 ‘실탄’도 넉넉한 상태다. 지난해 국세 수입은 265조4000억원으로 정부가 계획한 세입예산(작년 7월 추경 전망액)보다 14조3000억원 더 걷혔다. 지난해 쓰고 남은 돈을 올해로 넘긴 세계잉여금(총세입액-총세출액-전년도 이월액)이 11조3000억원이다.

올해 세수가 잘 들어온다면 초과 세수도 추경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말 정기국회에서 “올해 정부의 예상 보다 더 들어오는 초과 세수가 14조~20조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20조~30조원 규모의 슈퍼추경이 추진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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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제완화 혁신성장이 지름길”...추경 편성 논란 불가피

하지만 추경 편성에 대한 논란은 불가피하다. 청년 일자리와 경기 활성화 문제는 과감한 규제 완화 등 혁신 성장을 통해 민간에서 해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데, 정부가 재정 투입 계획만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오는 6월 지방 선거를 앞두고 일자리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실 실장은 "청년 일자리 등 궁극적인 일자리 창출은 민간의 혁신 성장 기업에 대한 투자와 기업들의 신산업 진출 지원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며 “일자리 문제 해결을 재정에만 의존하면 재정 부실을 초래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가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예산의 탄력적인 운용은 필요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정부 관계자는 “세수가 부족한데 빚을 내서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세수가 충분하다면 본예산 집행 사이에 탄력적으로 예산을 더 추가해 집행하는 것도 국가 재정의 효율적인 운영 방안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현욱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정부의 재정 지출 효과는 경제 규모와 민간의 역할이 클수록 감소할 수 있지만, 경기가 나빠지는 경우 정부가 적극적 재정 정책으로 대응하면서 경기를 안정시킬 수는 있다”며 “다만 청년 일자리 문제는 양 보다 질의 개선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몇 년간만 청년들을 취업시키고 인구 구조가 변화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세종=전슬기 기자(sgj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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