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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화학 빅3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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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계에서 부러움을 가장 많이 받는 업계는 화학 업계다. 지난 3년 동안 지속적으로 실적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화학 부문)는 작년 일제히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화학 빅3'의 지난해 영업이익을 모두 합치면 8조6000억원을 넘는다. 전년보다 20% 이상 증가한 것이다. 화학제품 원료인 원유 가격이 지난해 배럴당 50달러 안팎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인 가운데 글로벌 제품 수요가 늘면서 마진이 커졌다.

화학 업계는 올해 전망도 밝게 보고 있다. 지난해 기세를 이어가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한화케미칼은 22일 작년 영업이익이 7901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아직 실적을 공개하지 않은 한화토탈·한화첨단소재·여천NCC의 영업이익 추정치를 합하면 한화 화학 부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79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 화학 업계 1위인 LG화학의 작년 영업이익은 2조9285억원으로 전년보다 47% 증가했다. 일주일에 561억원씩 이익을 남긴 셈이다. 롯데케미칼 역시 전년 대비 15% 상승한 2조927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최대 실적 행렬에 동참했다.

이는 세계 경기가 호전되면서 화학제품 수요는 늘어났는데 공급이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선비즈


우리의 주요 경쟁 상대인 중국 화학 업체들은 2015년 이후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중국 업체는 주원료로 석탄을 많이 쓴다.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유가가 2015년 초 50달러대로 떨어지면서 석탄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자 중국 업체는 줄줄이 투자를 미뤘다. 이 때문에 생산성이 떨어졌고 중국 업체는 호황기에도 공급을 원활히 늘리지 못했다.

글로벌 공급이 부족해지자 제품 판매 가격이 올랐다. 대표적 화학제품인 에틸렌의 스프레드(제품 가격에서 원료 비용을 뺀 것)는 2016년 세계 경기 침체로 t당 500달러대로 떨어졌다가 지난해에는 800달러대까지 치솟았다.

반면 국내 화학 업체는 중국 업체와 달리 미리 공격적으로 설비를 늘려놔 '재미'를 볼 수 있었다. 지난해에도 국내 주요 화학 업체는 에틸량 설비 규모를 전년 대비 10% 정도 증가시켰다.

유가 상승세가 부담 작용할 듯

화학 업체들은 올해도 좋은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매출 목표를 작년보다 4.7% 늘어난 26조9000억원으로 잡았다. 이를 위해 올해 3조8000억원의 시설 투자를 집행한다. 지난해에 비해 52%나 늘린 것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이사회를 열어 500억원 규모의 고부가 화학 설비 증설 계획을 결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물 들어올 때 노를 젓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북미와 유럽 등 글로벌 경기가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서도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에서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한국의 고품질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올 들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유가의 움직임이 복병이 될 수 있다. 유가는 올 초 3년여 만에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유가 상승은 원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북미 지역에서는 셰일가스를 원료로 에틸렌을 생산하는 설비가 추가로 가동될 예정이다. 올해 전 세계에서 900만t 규모의 에틸렌 증설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 화학 업계의 성장세가 지난해보다 무뎌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김승범 기자(sb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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