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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정부, GM 협상 핵심은 'New Money'..."세제 혜택도 신규 투자에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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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증자 산은 참여요구에 정부 ‘부정적’
대규모 시설투자·고용유지 약속하면 세제지원도 가능

지난 21~22일에 걸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배리 엥글 GM본사 해외부문 사장을 잇따라 접촉하면서 한국GM 경영정상화 지원방안을 둘러싼 한국 정부와 GM측의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GM측은 GM 본사가 한국 GM에 빌려준 차입금 27억 달러(약 2조9000억원)를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겠다는 조건을 내걸고, 산업은행의 자금지원과 한국GM 사업장의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등을 정부 측에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요구에 한국 정부는 ‘산업은행의 경영실사 결과를 봐야 한다’면서 지원 논의에 거리를 두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GM이 한국GM 경영정상화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를 확인해야 된다는 시각이 강하다. 엥글 사장이 지난 20일 여야 원내지도부를 만나 약속한 10년간 28억달러(약 3조128억원) 신규 투자 계획의 구체적인 내역을 보고 지원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본사 차입금의 주식 전환과 같은 자본거래가 아니라 GM 본사에서 투입된 자금이 신차 생산을 위한 시설투자로 이어져 고용을 최대한 유지하겠다는 점이 확인돼야 정부 지원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GM이 고용창출로 이어지는 신규 설비투자 등에 얼마나 적극성을 보여주는냐가 한국GM에 대한 정부 지원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GM본사 차입금 출자전환은 ‘뉴 머니’ 아니다”…증자참여에 선긋는 정부

한국GM 경영정상화 관련 논의에 참여하는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간부들은 GM본사측의 투자 약속을 ‘올드 머니(Old Money·이미 투입된 자금)’와 ‘뉴 머니(New Money·신규자금)’로 구분해서 접근하고 있다. 한국GM의 부평, 창원공장을 계속 가동하기 위해 GM본사가 한국GM에 빌려준 차입금 27억달러(약 2조9000억원)를 주식으로 출자전환하는 것을 신규 자금투자로 간주해 달라는 GM측 요구의 문제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출자 전환은 본사가 빚을 없애주는 대신 한국GM에 대한 소유권을 더 강화하는 법인간 내부 자본거래에 불과하다는 것이 정부측 시각이다. 신규자금이 들어온 것이 아니라 GM 본사가 받기 힘든 ‘불량 차입금’을 장부에서 제외해 준 것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올드머니의 성격이 바뀐 것 뿐이지 뉴머니가 들어온 것이 아니라는 논리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GM본사와 한국GM의 거래는 엄밀히 말하자면 동일한 회사 내부의 다른 사업부문 간 내부거래 구조와 유사하다”면서 “GM본사가 한국GM에 빌려준 차입금을 주식으로 전환한다고해서 한국GM의 경영이 안정화되는 본질적인 변화가 일어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GM 경영정상화는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신규투자에 GM본사가 얼마나 적극적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GM측의 투자계획이 한국GM의 지속가능성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판단하고 나서 정부의 지원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는 GM본사의 출자전환 등 한국GM 증자에 산업은행 자금이 투입되는 것에 매우 부정적이다. GM측은 현재 한국GM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증자 후에도 현재의 지분율(17%)을 유지할 수 있도록 5000억원 이상을 투입해달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한국GM의 올드 머니 성격을 바꾸는 과정에 정책자금을 활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본사의 출자전환으로 한국GM의 재무 구조는 좋아지겠지만, 실질적으로 신규자금이 유입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증자 과정에 산업은행이 참여하게 되면 신규로 유입되는 자금은 산업은행 지원금이 유일하다”면서 “이런 거래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GM본사, 대규모 시설투자 계획 제시할지 여부가 관건

GM측은 향후 10년간 28억달러의 신규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면서 이달말 만기가 돌아오는 한국GM 차입금 7000억원에 대한 산업은행 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M본사에 7000억원을 갚기 위해서 산업은행 대출을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GM측은 한국 정부측에 신규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한 바 없다.

따라서 정부는 GM 측이 신규 자금 투입과 한국GM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장기 투자에 대해 명확한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GM 경쟁력 강화를 위한 뉴머니 유입이 핵심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신차 모델 생산을 위한 대규모 시설투자 등이 포함된 투자계획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GM본사의 약 6조원(출자전환 2조9000억+신규 투자 자금 3조128억) 자금 투입이 한국GM 공장의 고용 유지 및 경쟁력 개선을 위해 쓰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GM 본사가 한국GM 회생에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GM측이 요구하고 있는 한국GM 부평, 창원 공장의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여부도 신규 시설투자 여부가 관건이다. GM 측은 한국GM 공장이 있는 인천 부평과 경남 창원 등을 외국인 투자 지역으로 지정해 소득세·법인세 감면 혜택을 요구하고 있다.

GM이 외국인 투자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제조업의 경우 3000만 달러(약 324억 8400만 원) 이상의 신규 자금을 우리 나라에 투자해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본사가 한국GM의 차입금 2조90000억원을 주식으로 출자전환하는 것은 신규 자금 투입이 아니기 때문에 세제 혜택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혀왔다. GM에 대한 세제 혜택 지원은 원칙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하지만 GM이 신차 생산물량 배정과 이를 뒷받침할 대규모 시설투자를 결정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산업부에 따르면 조세특례제한법상 외국인 투자 세제 혜택 제도 중에는 기존에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기업이 설비 증설 등 고용 창출을 위해 추가로 유상 증자를 할 경우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이 있다. 과세당국 관계자는 “GM 본사의 출자 전환을 유상 증자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할 수 있지만, 증자를 외국인 투자로 보고 세제혜택을 주는 제도는 있다”고 말했다.

다만 GM이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고용 유지와 창출을 위해 설비 투자 등을 반드시 약속해야 한다. 정부가 GM의 세제 감면 지원에 있어서도 신규 자금 및 투자 약속을 협상용으로 내걸을 수 있는 것이다.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국인 투자 세금 감면 제도 중에는 기존에 국내에 설립된 외국인 기업이 돈을 추가로 가져와 투자를 할 경우 세금 혜택을 주는 제도는 있다”며 “그러나 GM 본사의 출자 전환을 신규 자금 투자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며 세금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고용 창출 효과도 담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제도가 유럽연합(EU)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에 올라갈 정도로 문제가 된 적이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종=정원석 기자(lllp@chosunbiz.com);세종=전슬기 기자(sgj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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