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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한라산 1m 폭설 녹아도 제주 강수량 부족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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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은 눈 지하수층에 도달 못하고 강수량 환산법 달라

당장 피해 없지만 앞으로 강수량에 따라 물부족 우려

뉴스1

2월7일 제주시 교래리에서 한 주민이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2018.2.7/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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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제주에 눈이 많이 와서 지난해 부족했던 강수량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올해 1~2월 제주에 유례없는 폭설이 내리자 제주도민사회에서는 이런 말들이 오갔다.

정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22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내 68개 지하수 관측소 가운데 수위가 낮아 '주의' 단계인 관정은 10곳이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하락했던 관측소 'JDC간드락'의 지하수 수위는 1월1일 10.5m에서 폭설이 지난 뒤인 2월22일 현재 9.96m로 오히려 낮아졌다.

'JR하귀2' 관측소도 1월1일 6.52m에서 2월22일 5.94m로 떨어졌다.

수위가 가장 낮은 'JD무릉1'은 기준수위보다 2.71m 아래다.

대부분의 관측소가 전년대비 평균 3m 정도 낮은 상황이다.

다만 해안 저지대층은 눈이 온 뒤 수위가 다소 올라가는 곳도 있었지만 전반적인 강수량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제주도는 보고 있다.

폭설과 강수량이 비례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제주 땅이 지난해 가뭄으로 많이 건조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제주 강수량은 773.3mm로 평년 1497.6mm의 절반 정도다. 94년만에 강수량이 가장 적은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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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7일 제주시 교래리 한 음식점이 눈에 덮혀 있다.2018.2.7/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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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수 취수층은 지표면에서 평균 150m 아래다. 녹은 눈이 지하수층에 도달하려면 이 구간을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해 가뭄으로 땅속까지 바짝 마른 상태라 녹은 눈이 해당 구간을 지나 지하수층에 도착하기 전에 수분이 사라져버린다.

눈과 비를 강수량으로 환산하는 방법도 차이가 크다.

눈은 비의 10분의 1 수준으로 환산한다. 예를들어 이번 폭설로 한라산 어리목에는 1m에 달하는 눈이 쌓였지만 비로 따지면 10cm(100mm)에 불과하다.

당장 물부족으로 도민들이 피부에 와닿을만큼의 불편이나 경제적피해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제주도 관계자는 "지금 제주는 월동채소 수확을 마무리하는 시기고 육지는 3~4월 파종을 앞두고 물이 부족한 건데 제주 농작물은 보통 여름철에 파종한다"고 설명했다.

제주상하수도본부 관계자는 "중산간 마을에 물을 공급하는 어승생 수원지 저수량은 총 저수용량 60만6880톤의 28%인 17만톤으로 아직 물 공급에는 이상이 없다"고 전했다.

또 3~4월 봄이 돼 중산간 이상에 쌓인 눈이 다 녹으면 저수량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앞으로의 강수량이다. 농업용수가 급증하는 봄과 여름에 충분한 비가 오지않으면 일부지역이 단수까지 해야했던 지난해 물 부족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

제주연구원이 지난 1월 발표한 '제주 2018년 봄철 기상 전망에 따른 효율적 수자원 관리 방안 연구'에서도 봄철 가뭄을 경고했다.

제주연구원은 기상청의 올해 봄철 기후전망을 인용해 기온이 계속 오르고 봄철 강수량이 평년 236.6mm와 비슷하거나 적을 확률이 80%라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충분한 강수가 없으면 심각한 봄 가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가을까지 이어지면 지하수위 하강, 지하수 취수량 증가로 해수침투 등 수자원 관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k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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