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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두테르테의 지독한 고향 사랑, 주말마다 다바오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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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10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능가하는 막말로 유명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거의 매주 주말에 훌쩍 떠난다. 행선지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 불리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다바오다.

마닐라블리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주말이면 어김없이 마닐라 대통령궁을 뒤로하고 다바오로 향한다. 대체로 금요일 저녁께 마닐라를 떠나 다바오에서 주말을 보내고 일요일 또는 월요일 아침 마닐라로 돌아오는 식이다. 마닐라와 다바오는 비행기로 대략 2시간 거리다.

굳이 비교하자면 트럼프 대통령이 주말에 종종 워싱턴 백악관을 비우고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골프를 치며 휴식을 취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두테르테 대통령의 '다바오 사랑'은 트럼프 대통령의 마러라고 나들이를 능가할 정도다.

필리핀 메이저 언론사들은 처음엔 두테르테 대통령이 '설마 그렇게 자주 다바오에 가겠느냐'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2016년 6월 대통령 취임 이후 "재충전이 필요하다" "고향이 그립다"며 거의 매주 다바오에 가는 모습을 보고 결국 '다바오 주재 기자'를 두기까지에 이르렀다. 마닐라블리틴 관계자는 "심지어 두테르테 대통령과 관련된 중요한 기사도 마닐라보다 다바오에서 더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막말은 일상이고 전 세계 정상들이 모이는 공개 석상에서도 "닥쳐라" "바보" "개××" 등 입에 담기에 민망한 욕설을 쏟아내는 두테르테 대통령도 다바오에 가면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마닐라에 있을 때보다 망언의 수위가 낮고 말도 더 길게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주요 행사를 다바오에서 개최하는 경우도 잦다.

매일경제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다바오시에서 이달 초 개최된 한 행사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축사를 하는 모습./사진=두테르테 대통령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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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 대통령에게 다바오는 사실상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필리핀 중부 레이테에서 태어나 어릴 적 가족들과 다바오로 이주했다. 그는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뒤 1970년대 후반~1980년 중반 다바오시 지방검사로 일했고, 이후 정치에 입문해 1988년 다바오 시장에 처음 당선됐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하원의원 시절을 빼고 무려 7차례나 다바오 시장에 당선되는 기록을 세웠다. 총 22년간 다바오 시장으로 재직하며 한때 저녁 8시 이후 집 밖에 나가면 변을 당할 수 있다는 이유로 '킬링필드'라는 오명이 붙었던 다바오시를 필리핀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이자 역동적인 상업도시로 탈바꿈시켰다.

필리핀은 가문·족벌 세습 정치가 흔한데 다바오는 '두테르테 패밀리'가 꽉 잡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 출마하면서 다바오 시장을 관두자 그의 맏딸인 사라가 그 자리를 꿰찼다. 최근 마약 밀수 연루설에 휩싸여 사퇴했지만 작년 말까지 다바오 부시장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아들인 파올로가 맡았다. 다바오에서 모든 권력은 두테르테 가문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통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엄청난 인기다. 올해로 집권 3년 차를 맞았는데 지지율은 80% 안팎에 달한다. 필리핀에선 통상 대통령 집권 2년 차만 돼도 지지율이 꺾이는데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사회에선 그의 거친 언행이 부각되지만 필리핀에서는 그의 국정이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바오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의 지지율은 더 높다.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한 주민들의 자부심이 대단하고, 그를 인생의 롤모델로 삼고 있는 기업인이 있을 정도다. 마닐라블리틴 관계자는 "두테르테 대통령은 다바오에 가면 자주 웃고 행복하다고 말한다"며 "다바오는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삶의 활력소나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임영신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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