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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가계빚 풍선효과…은행 신용대출 '사상 최대' 폭증,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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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대출상품 살펴보는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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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가계대출 금리 2년3개월 만에 최고 이자 부담 커져


한은 "자금의 용도 명확히 알 수 없어"…여러 분석만 제기

장기연휴에 소비 늘어난 영향…정부 규제 '풍선효과'까지
인터넷전문은행 등장 등으로 손쉽게 대출 늘어난 원인도

【서울=뉴시스】조현아 기자 = 지난해 정부의 갖은 대출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가계빚 증가세가 한풀 꺾였으나 은행 신용대출은 나홀로 폭주해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을 옥죄면서 대출 수요가 신용대출로 옮겨간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라는 분석부터 가상통화 투자자들이 신용대출에 손을 벌린 것 아니냐는 의견까지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4분기중 가계신용(잠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예금은행의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잔액은 196조5000억원으로 한 해 21조6000억원(12.3%) 증가했다. 이는 2002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연중 기준 사상 최대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전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이 43조3000억원으로 전년 증가액(53조7000억원)보다 축소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전체 예금은행 가계대출의 약 30%(지난해 기준)를 차지하는 신용대출은 주로 고신용·고소득 차주가 이용하는 대출로 주택담보대출보다 수요가 적은 편이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인 21조6000억원과도 맞먹는 수준을 보이며 폭증했다.

왜 그런 것일까? 정확한 이유는 한은에서도 밝혀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기관의 대출 통계를 집계하긴 하지만, 대출 자금 목적까지는 따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신용대출이 폭증한 배경을 놓고서는 여러가지 해석이 제기된다.

먼저 소비가 늘면서 카드값 결제 등을 위해 신용대출을 받은 수요가 늘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지난해 5월 어린이날을 낀 징검다리 연휴, 10월 최장 열흘 간의 추석 연휴 등 장기 연휴가 유난히 많았다는 분석에서다. 통상 연휴 기간 동안 외식비나 여행비, 가족 용돈·선물 등의 지출로 연휴 전후로 마이너스 통장 등을 중심으로 대출이 늘긴 한다.

한은 문소상 금융통계팀장은 "자금의 용도까지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민간 소비가 양호해지면서 소비심리 개선에 따른 자금 수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2.6%로 지난 2011년(2.9%) 이후 6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정부의 규제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길이 막힌 일부 차주들이 입주·분양대금 충당 등을 위해 신용대출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정부가 지난해 서울시 전역 등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6억원을 넘는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의 한도를 40%로 강화한 바 있다. 올 초부터는 한층 강화된 신(新)DTI와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을 도입하겠다는 정책도 발표했다.

이전에도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을 때 마다 상대적으로 규제를 덜 받는 곳의 대출이 증가한 만큼 이번에도 '풍선효과'가 나타났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택 거래와 관련된 취·등록세, 이사 비용 등 부대비용 수요도 일부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규 대출 때 모든 채무 상황을 따지는 신DSR이 다음달 26일부터 도입되기 때문에 신용대출 수요도 꺾이지 않겠냐는 전망도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과 가상통화 투기 열풍 등으로 신용대출 수요가 한층 늘어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4월 케이뱅크, 7월 카카오뱅크가 잇따라 출범했는데 모두 정부의 대출 규제 범위에서는 벗어나 있었다.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진입장벽을 낮춰줬기 때문이다.

낮아진 문턱에 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큰 인기를 끌었고, 인터넷전문은행의 신용대출은 지난해 4조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여기에서 나온 자금이 가상통화 시장 등으로 흘러들어갔다는 가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다만 은행 관계자는 "설령 누군가 가상통화에 투자하기 위해 신용대출을 받았다고 해도 자금사용 목적 등을 정확히는 알 수가 없어 수요가 얼마나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hach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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