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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한국·일본 두 개의 롯데로 갈라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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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이후 양국 통합경영 맡아온 신동빈, 일본 내 입지 흔들

일본 전문경영진 독자노선 관측 속 한국 롯데 경영감독 가능성도

지배구조 개편 임시주총 코앞…롯데월드타워 감사 등 악재 산적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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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가 각자의 길을 가게 될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3일 구속 수감된 여파로 21일 일본 롯데의 지주사인 롯데홀딩스 공동대표에서 물러나면서 재계 5위 롯데그룹이 50여년간 유지해온 ‘한·일 통합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창업주인 부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에 이어 한·일 양국에 걸쳐 있는 ‘롯데제국’의 가교 역할을 해온 신 회장의 일본 내 입지가 약화되면서 신 회장의 ‘원롯데’ 계획에도 위기가 닥쳤다. 일본 롯데그룹이 전문경영진의 독자노선을 걷거나 한국 롯데에 대한 경영 감독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어느 쪽이든 총수 일가의 지휘하에 한·일 롯데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공존의 균형이 바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이날 도쿄에서 이사회를 열고 신동빈 공동대표의 사임안을 수용하기로 의결했다. 이날 회의에 앞서 신 회장이 사의를 밝힌 데 따른 조치다. 신 회장의 롯데홀딩스 지분은 1.4%에 불과하지만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지위를 유지해왔으나 실형으로 기반이 흔들리게 됐다. 대신 롯데홀딩스 이사직과 부회장직은 유지한 점은 그나마 긍정적인 면이다.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직은 지난해부터 두 건의 재판이라는 바늘 끝에 놓여 있었다. 앞서 경영비리 재판은 지난해 12월 집행유예로 넘었지만, 면세점 특허 관련 70억원 뇌물을 K스포츠재단에 제공한 혐의는 피하지 못하면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일본 기업계에서는 검찰에 구속 기소되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관례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그간 신동빈 측에 우호적이었다.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롯데홀딩스 사장은 신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며 2015~2016년 8개월에 걸친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경영승계 갈등 때 신 회장 쪽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그룹의 핵심사인 호텔롯데의 지분 19.07%를 가진 단일 최대주주로서 영향력이 크다. 하지만 이번 대표이사의 실형까지 감싸 안지는 못했다.

신 회장은 그간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일본 롯데라는 구도를 개선하는 데 주력해왔다. 4년 전 74만여개에 달하던 순환출자 고리가 지난 1월 정리됐고,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쇼핑·유통 부문 주요 계열사들을 지난해 10월 합병해 일본 롯데의 간섭을 덜 받는 지배구조의 첫발을 뗐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인 화학·건설·관광 등의 계열사에는 여전히 일본 롯데의 입김이 세다. 일본 쪽 지분이 99%를 넘는 호텔롯데를 상장해 60%까지 낮추는 작업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한·일 롯데 관계는 신 총괄회장이 1967년 롯데제과 창업을 시작으로 롯데그룹을 일군 뒤 1990년대 이후 장남 신동주에게는 일본 롯데를, 차남 신동빈에게는 한국 롯데 경영을 맡기고 감독해온 기업사에서 연유한다. 신 회장은 2015년 7월 신 총괄회장처럼 한국 롯데그룹 회장직과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을 겸직하면서 통합경영을 추진해왔다.

롯데홀딩스는 쓰쿠다 사장의 단독 대표이사 체제가 됐다. 쓰쿠다 사장과 고바야시 마사모토(小林正元) 최고재무책임자(CFO) 중심으로 일본인 전문경영인들이 일본 롯데의 실권을 장악하려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본에서 주요 투자 결정을 독단적으로 내릴 수도, 2심 이후 석방 가능성을 보고 신 회장을 기다리며 관리모드를 유지할 수도 있다. 롯데 관계자는 “홀딩스가 대주주 지위를 활용해 한국 롯데 경영에 사사건건 간섭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에선 실익이 없어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일선 ‘재도전설’도 나온다. 다만 재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 경영에서 실적이 부진했던 탓에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것으로, 광윤사 및 롯데홀딩스 주주 자격은 유지하겠지만 그 이상 영향력은 갖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롯데는 악재가 산적한 가운데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이중고에 놓였다. 먼저 오는 27일 롯데지주는 ‘총수’가 부재한 상태에서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인데 표결이 순조로울지 불투명하다. 지상 123층짜리 롯데월드타워 건축 승인 과정은 감사원 감사를 앞둔 것으로 알려졌고,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에는 관세청이 취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최민영 기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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