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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클릭 이 사건]고향 찾아 유학 온 재일교포의 잃어버린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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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사진=서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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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찾아온 재일교포의 꿈은 하루 아침에 무너졌다. 재일교포 2세였던 최연숙씨는 1974년 와세다 대학을 졸업한 뒤 이듬해 서울대학교 재외국민연구소로 유학왔다. 자신의 뿌리인 한국에서 학업을 이어가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의 수사관이 최씨를 연행하면서 그녀의 인생은 바뀌었다.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은 최씨를 구금한 뒤 뺨을 때리고 잠을 재우지 않는 등 가혹 행위를 일삼았고 결국 "반국가단체의 지령을 받아 국내로 잠입해 국가기밀을 탐지했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1976년 대법원은 최씨가 와세다대학 1학년 재학 때인 1971년 한민통(한국민주회복통일촉진국민회의) 일본본부 산하단체인 한국학생동맹 도쿄지부에 가입해 공산주의 사상교육을 받고 공산주의 신봉자가 돼 본격적인 반국가단체 이익을 위해 활동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1975년 3월에는 한국으로 넘어와 북한 지령을 받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상 교육과 선전·선동 활동을 벌이는 등 간첩 활동을 벌였다고 봤다. 최씨는 징역 5년과 자격정지 5년형을 확정받았고 실제 3년 10개월을 복역했다.

세월이 흘러 최씨는 2008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재일교포 간첩단 사건'이 '고문에 의한 조작사건'으로 결론짓자 2012년 6월 재심을 청구했다. 그는 "1975년 10월18일 영장 없이 임의동행 형식으로 체포돼 11월1일까지 불법 구금돼 가혹 행위를 당했다"며 "구금 기간 작성된 진술서 및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결국 대법원은 2016년 최씨에 대해 41년만에 무죄를 확정했다. 이에 최씨와 그의 딸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최씨와 딸에게 모두 국가의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최씨에게는 2억1300여만원을, 딸에게는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딸의 배상 책임을 부인했다. 딸은 국가의 불법행위 이후에 태어났다는 이유에서다. 서울고등법원 민사31부(최항석 부장판사)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딸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최씨는 형사소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변호인으로부터 조력을 받지 못했다"며 "허위 자백을 통해 유죄 판결을 받아 국가가 정신적 고통에 손해 배상을 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딸의 경우 최씨가 가석방된 뒤 2년 6개월이 경과한 후 출생했다"며 "국가가 딸에게 직접 별도의 불법행위를 해서 그로 인해 정상적인 가정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장애를 받았다고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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