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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해설] 드디어 현실화... 유기 이미지 센서는 어떤 장점 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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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파나소닉이 2월 14일 '유기 박막을 활용한 고해상도 CMOS 이미지 센서(이하 유기 이미지 센서)' 설계 기술을 공개했습니다.

'유기 물질'을 사용하는 유기 이미지 센서는 일반 이미지 센서보다 화질이 좋고 기능도 풍부합니다. 디지털 이미징 업계는 2010년경부터 유기 이미지 센서 개발에 나섰는데, 파나소닉이 처음으로 설계 기술을 발표했습니다.

유기 이미지 센서는 일반 이미지 센서와 어떻게 다르고 또 어떤 장점을 가졌을까요?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이 이미지 센서에서 어떻게 디지털 파일로 변환,저장되는지 알면, 두 센서의 차이점과 장점도 구분하기 쉽습니다.

일반 이미지 센서는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을 '집광 렌즈', '컬러 필터'를 거쳐 '포토다이오드'로 전달합니다. 집광 렌즈는 빛을 더 잘 모으는 역할을, 컬러 필터는 빛의 색상을 정확하게 알아내는 역할을 합니다. 실리콘 기판에 배치된 포토다이오드는 빛을 디지털 신호로 바꿉니다. 디지털 신호가 모이면 디지털 사진이 됩니다.

포토다이오드가 배치된 실리콘 기판 두께는 2~3㎛가량입니다. 기판이 차지하는 만큼 디지털 신호를 변환하는 '트랜지스터' 면적은 좁아집니다. 이어 밑에는 디지털 신호를 나르는 '금속 배선'이 배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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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번에는 유기 이미지 센서의 구조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유기 이미지 센서는 집광 렌즈와 컬러 필터를 거쳐 들어온 빛을 '유기 박막'과 '화소 전극'으로 보내 디지털 신호로 바꿉니다. 유기 박막의 두께는 0.5㎛쯤으로 얇습니다. 실리콘 기판 없이 그 공간에 '금속 배선'을 배치할 수 있습니다. 자연스레 디지털 신호 전송 속도가 빨라집니다. 트랜지스터를 더 많이 배치해 디지털 신호 변환 속도도 단축할 수 있습니다.

유기 이미지 센서는 디지털 신호를 빠르게 변환하고 또 나를 수 있으니, 빛을 더 많이 받아도 원활하게 동작합니다. 그래서 위 사진을 보면, 유기 이미지 센서의 집광 렌즈(60˚)는 일반 이미지 센서의 집광 렌즈(30˚~40˚)보다 빛을 조금 더 많이 모읍니다. 빛의 양은 다다익선이니까요.

즉, 유기 이미지 센서는 ▲빛을 많이 받고 ▲빛을 디지털 신호로 만드는 구조가 얇고 ▲디지털 신호 변환 및 전송 속도가 빠릅니다. 이 특징이 어떤 장점을 낳을까요?

◆ 장점 하나, '8K 60p 초고해상도 영상'을 '왜곡 없이'

일반 이미지 센서의 포토다이오드는 한번에 동작하는 것이 아니라 도미노처럼 하나씩 '차례로' 동작합니다. 도미노가 전부 쓰러질 때까지, 빛이 디지털 신호로 모두 바뀌기 전까지 시간이 다소 걸립니다.

그러다 보니 800만 화소급 4K UHD, 나아가 3300만 화소급 8K UHD 영상을 처리하기 어려웠습니다. 아무리 포토다이오드의 동작 속도가 빨라도 데이터 양이 많으면, 수백 만개의 도미노가 쓰러지는 것과 같아 처리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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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유기 이미지 센서의 화소 전극은 포토다이오드와 달리 '한꺼번에' 동작합니다. 도미노 수백만개가 한꺼번에 전부 쓰러지는 셈입니다. 800만 화소건 3200만 화소건 데이터를 한번에 처리합니다. 그래서 8K UHD 해상도 동영상을 무려 60프레임퍼세컨드(1초에 60장)로 촬영할 수 있습니다.

화소가 한꺼번에 동작하면 '왜곡'도 없어집니다. 디지털 카메라의 전자식 셔터(기계 셔터가 아니라 이미지 센서의 화소를 전자적으로 켜고 꺼 셔터를 구현하는 방식입니다. 기계 셔터보다 셔터 속도가 훨씬 빠릅니다)를 사용하다 보면, 간혹 피사체가 일그러져 찍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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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은 앞서 이야기한 도미노 원리입니다. 차례로 동작하니, 가장 먼저 동작한 포토다이오드와 가장 마지막에 동작한 포토다이오드 사이에 시간 차이가 생깁니다. 이 시간 차이 사이에 피사체가 움직이면 그 움직임이 반영돼 왜곡된, 찌그러진 사진이 나오는 것이지요.

유기 이미지 센서의 화소는 한꺼번에 동작합니다. 그러니 아무리 피사체가 빨리 움직여도 왜곡이 생기지 않습니다.

◆ 장점 둘, '고감도'와 다이나믹 레인지' 향상

일반 이미지 센서의 실리콘 기판이 없으니, 유기 이미지 센서에는 여유 공간이 있습니다. 여기에 다른 기능을 구현하는 회로를 넣을 수 있는데요, 파나소닉은 이곳에 '노이즈 억제 회로'와 '다이나믹 레인지 조절 회로'를 넣었습니다.

어두운 곳에서 사진이나 영상을 찍으면 거칠고 울긋불긋한 입자, 노이즈가 찍힙니다. 빛이 부족하기에 디지털 신호를 증폭하는 과정에서 생깁니다. 이 노이즈를 억제하는 회로 덕분에 유기 이미지 센서는 감도 범위가 넓고 노이즈 없이 화질도 깔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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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어두운 곳은 밝게, 밝은 부분은 어둡게 표현해 묘사력을 높이는 다이나믹 레인지 향상 기능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위 예제 사진을 보면 천장이나 창가처럼 어두운 곳은 살짝 밝게 찍힙니다. 정원 나무처럼 너무 밝아 색깔이 녹색이 아닌 흰색으로 표현된 곳은 적절한 밝기로 촬영된 것도 볼 수 있습니다. 예제 사진은 정지 화상이지만, 위 두 기능은 영상 촬영 시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 장점 셋, 유기 박막 두께 조절해 '밝기' 자유롭게 제어

유기 이미지 센서는 고체 형태의 무기물이 아닌 유기물을 활용합니다. 따라서 박막 두께를 임의로 조절할 수 있는데요, 이를 응용하면 빛의 양을 조절하는 ND(Neutral Density)필터의 기능을 구현 가능합니다.

한낮에 사진을 찍다 보면 빛이 너무 많아 사진이 지나치게 밝게 나오기도 합니다. 사진 밝기를 조절하려고 셔터 속도를 최대한 빠르게 해도 소용없습니다. 이때 ND필터를 사용하면 빛을 줄여 사진 밝기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유기물의 두께를 두껍게 하면 고농도 ND 필터가, 두께를 얇게 하면 저농도 ND 필터가 됩니다. ND필터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역할을 유기 박막 한장이 해내는 셈입니다.

유기 이미지 센서는 디지털 카메라뿐 아니라 ▲감시,네트워크 카메라 ▲산업용 검사 카메라 ▲자율주행차용 카메라 ▲스마트폰 카메라 등 일반 이미지 센서의 활용 영역 전부를 대체할 수 있습니다.

유기 이미지 센서가 상용,보급화되면 감시,네트워크 카메라는 더 어두운 곳에서 더 선명한 영상을 담게 됩니다. 산업용 검사 카메라는 훨씬 정밀하고 선명한 초고속 영상을 찍어 공정을 검사할 수 있게 됩니다. 자율주행차용 카메라의 정확도와 반응 속도는 향상되고 스마트폰 카메라의 화질은 더 좋아집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파나소닉은 유기 이미지 센서에 활용할 유기물을 공개하지 않았는데요, 유기물은 다루기 어렵고 자칫 오염,변질될 우려가 있습니다. 눈썰미가 좋은 독자라면, 맨 위 사진 유기 박막 위에 덧씌워진 '보호막'이 궁금하셨을 텐데요, 이 보호막이 유기물을 보호합니다. 복잡한 미세 공정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제작 단가도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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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조선 차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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