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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비리대통령 퇴진에 정치범 석방…아프리카 민주화 거세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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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에티오피아 지도자 사퇴에 "협상이 쿠데타 대안" 평가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아프리카 대륙에서 최근 민심을 잃은 지도자들이 퇴진하거나 정치범들이 대거 석방되는 등 굵직한 정치적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민주화가 진전되는 신호로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수단 정부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를 벌인 이유로 체포했던 정치 활동가, 학생 등 80여 명을 석방했다.

이들은 지난달 빵값 급등과 정부의 경제정책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가했으며 당시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 과정에서 여러 명이 숨지는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 측은 18일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시위와 체포의 이면에 있는 문제를 근절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위자 구속을 놓고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큰 상황에서 수단 정부가 유화적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이에 앞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에티오피아에서는 여당 등 정치세력이나 국민의 압박에 국가 지도자가 물러났다.

지난 14일 비리 혐의로 얼룩졌던 제이컵 주마 전 남아공대통령은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요구를 받아들여 전격적으로 사임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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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주마 전 대통령[[AP=연합뉴스 자료사진]



그 다음 날인 15일 에티오피아에서는 하일레마리암 데살렌 에티오피아 총리가 TV연설을 통해 사임을 발표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오로모족이 모여 사는 오로미아주(州)를 중심으로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다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데살렌 총리의 사임은 정부에 비판적 여론을 달래려는 조치로 볼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 인권탄압국으로 꼽혔던 에티오피아는 올해 들어 정치범 수천 명을 석방하는 등 전향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 짐바브웨에서는 지난 14일 야당 지도자인 모건 창기라이가 암으로 숨진 뒤 그를 민주화의 상징으로 애도하는 분위기가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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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 창기라이의 죽음을 슬퍼하는 짐바브웨 국민들[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민주변화동맹(MDC)을 이끌었던 창기라이는 작년 11월 군부 쿠데타에 의해 37년 만에 권좌에서 쫓겨난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전 대통령에 저항했던 인물이다.

이처럼 아프리카 곳곳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은 직접 연결되지는 않지만 정치 발전에서 긍정적인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각국 국민이 지도자의 독재나 실정에 침묵하지 않고 비판적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에티오피아 등의 정부는 여론을 많이 의식하는 분위기다.

르완다 매체인 '뉴타임스'는 20일 '아프리카에서 민주주의를 낙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주마 전 남아공 대통령과 데살렌 에티오피아 총리의 사임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 기사는 "이 사건들은 정치 변화의 새로운 경향을 보여준다"며 "협상이 쿠데타나 장기적 불안정의 매력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외교정책연구소(FPRI)도 지난 16일 인터넷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주마 전 대통령과 데살렌 총리의 사퇴를 '놀라운 진전'이라고 평가하고 아프리카 서부국가 토고가 다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토고에서는 약 50년 동안 독재정권이 이어지고 있고 작년에는 포레 냐싱베 대통령의 종신 임기 추진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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