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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앵커브리핑] '리발리스…강을 함께 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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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수 또는 적수라는 의미로 쓰이는 단어 '라이벌' 의 어원은 강을 뜻하는 라틴어인 리부스(Rivus)에서 나왔습니다.

강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절실한 요소이지요.

그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살아가는 이웃을 일컬어 라틴어로 리발리스(Rivalis)라고 하는데 그들은 참으로 묘한 관계에 놓여있습니다.

강에 물이 풍요로울 때는 각자 여유롭게 살아가지만 홍수가 나면 함께 힘을 모아야 하고 반대로 가혹한 가뭄이 들면 먼저 물을 끌어오기 위해서 경쟁을 벌이는 사이.

즉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반목하지만 그들은 결국 강을 함께 쓰는 사람들입니다.

단어의 모양새는 점차 변형되어서 오늘에 이르게 됐습니다.

Rival

사람들은 내심 다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상화 선수라고 해서 왜 속상하지 않았을까…

요즘 유행어처럼 쓰인다는 '졌지만 잘 싸웠다'는 그 말은 실은 큰 위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러나 메달의 색깔을 떠나서 오랜 라이벌이었던 그들의 모습은 아름다웠습니다.

"잘했어" 서툰 한국어로 인사를 건넨 나오와 "네가 정말 자랑스럽다"면서 우승을 축하했던 이상화.

그들은 함께였기에 더 반짝이는 기억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사뭇 냉정해 보였던 세라 머리 감독은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눈물을 보였습니다.

쉬이 섞이지 않을 것만 같았던 체제의 라이벌.

그러나 서로를 언니 동생이라 부르며 함께 땀 흘린 선수들 역시 다시 만남을 기약했지요.

라이벌들은 서로 경쟁하지만 결국 공존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들은 스포츠 정신으로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일깨워 줬습니다.

한동일 교수의 책 < 라틴어 수업 > 에 따르면 라틴어 수업의 성적 구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최우등, 우수, 우등, 잘했음.

성적을 구분함에 있어서 베네, 즉 잘했음. 그보다 아래의 표현은 없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남보다' 잘하는 것이 아니라 '전보다' 잘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 하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이상화 선수는 1, 2년은 더 뛰겠다고 했습니다.

남북단일팀도 계속 단일팀으로 뛰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들은 전보다 잘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네의 삶도 그렇기를…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손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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