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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착오·방관·마찰로 얼룩진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자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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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적 파벌·허술한 관리…빙속 여자 팀추월 대표팀 경기서 드러난 빙상연맹의 문제 ]

머니투데이

대한민국 여자 팀추월 김보름, 박지우, 노선영(오른쪽)이 19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오벌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 경기에서 질주를 하고 있다. /강릉(강원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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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대표팀이 팀워크 논란으로 청와대 청원글 20만 개가 순식간에 쌓이면서 원인 제공자로 대한빙상경기연맹을 향한 비난이 거세다.

'행정착오'로 한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좌절시키고, 그로 인해 갈라진 팀 분위기를 '방관'하고, 결국 경기에서 곪았던 상처가 터지는 '마찰'을 일으킬 때까지, 사태의 중심에는 선수를 관리, 감독해야 할 빙상연맹이 있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선수와 선수 사이의 잡음처럼 여겨지지만, 여자 대표팀의 나이가 20대라는 점에서 어린 선수를 이끌 ‘어른의 수수방관’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노선영(29)-김보름(25)-박지우(20)으로 구성된 여자 대표팀은 지난 19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오벌에서 열린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3분3초76, 8팀 중 7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경기 막판 홀로 뒤처진 노선영을 두고 김보름, 박지우가 먼저 결승점을 통과한 장면이 문제로 떠올랐다.

경기 후 한국 대표팀의 레이스는 논란의 중심이 됐다. 메달권에서 멀어진 성적 때문이 아니라 팀추월 종목의 주요 가치인 ‘단합’을 전혀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경기 후 노선영을 제외한 선수들이 인터뷰에서 노선영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발언이 논란을 키웠다.

김보름, 박지우 선수들은 인터뷰에서 기록에 대한 아쉬움을 강조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따갑기만 했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서로 보듬지 못하고 각자 ‘따로 노는 듯’한 모양새로 내버려 둔 빙상연맹에 화살이 날아들었다.

팀추월 대표팀은 올림픽 전부터 마찰이 있었다. 빙상연맹의 행정착오는 그 시작이었다. 노선영은 올림픽 개막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 종목 출전권이 없어 팀 추월에도 나설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32명에게 출전권이 주어지는 1500m에서 34위를 기록해 아쉽게 출전권을 놓친 것.

노선영은 억울한 입장이었다. 개최국 자격으로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는 빙상연맹의 말만 믿고 개인 종목보다 메달이 더 유력한 팀추월 훈련을 우선했기 때문이다. 당시 빙상연맹은 ISU(국제빙상경기연맹)에 책임을 돌리며 관련 규정이 모호해 벌어진 일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선수촌을 나온 노선영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각종 매체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억울함을 알렸다. 당시 노선영은 "지난해 12월 월드컵 4차 시기 이후 평창올림픽에 출전하는 팀추월 남녀 대표팀이 단 한 번도 함께 훈련하지 않았다"며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 주도로 이승훈, 정재원, 김보름만 태릉이 아닌 한체대에서 따로 훈련을 했다"고 폭로했다.

노선영은 러시아 선수 2명이 도핑 문제로 출전권을 박탈당하면서 재합류했으나 팀 분위기는 갈라진 상태였다. 당시 팀 분위기에 대해 남자 대표팀 이승훈은 '풍비박산 났다'고 표현했다.

국민들은 팀추월 대표팀 분열의 발단을 제공하고, 와해된 분위기를 수습하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긴 빙산연맹을 향해 거센 비난을 쏟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방에는 빙상연맹을 개혁하라는 청원글이 쇄도하고 있다.

빙상연맹의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고질적인 파벌문제와 코치, 선수 사이의 폭행 등 크고 작은 사건이 빙상연맹 내에서 이어졌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대표팀은 급기야 20일 오후 5시 30분 강릉 스피드스케이트경기장에서 이 논란에 대해 해명하는 자리를 갖는다. 당사자인 노선영을 비롯 김보름, 박지우, 백철기 감독이 모두 기자회견에 참석한다.

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이영민 기자 lets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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