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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위기에 처한 유럽 농가...브렉시트 계기로 유럽 `농업보조금` 축소 움직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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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렉시트로 EU 예산 구멍나자 농업보조금 위협받아
-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주도로 움직임 일으키려는듯
- '농업 의존' 동유럽 국가들 바짝 긴장...동서갈등 격화되나


[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102]영국과 유럽연합(EU)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주목받지 못하지만 큰 위협을 느끼고 있는 집단이 있다. 바로 유럽의 농업 종사자들이다.

정치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주도로 EU 예산 내 농업보조금 축소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U 예산에서 농업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985년까지만 해도 70%를 육박했으나 최근에는 40%가량 줄어들었다.

매일경제

프랑스 중서부 오트비엔 주의 한 농가를 둘러보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맨 오른쪽)/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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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말 한 연설에서 "EU가 지원하는 농업보조금 중 80%는 전체 농가의 오직 20%에만 돌아가고 있다"며 "유럽은 농업보조금 축소에 대해 아무런 거리낌없이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농업보조금의 비효율적 운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농업에 대한 비중이 줄어들고 국방, 안보, 이민, 기술, 교육 등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할 필요성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EU 내부에서는 농업보조금 삭감에 대한 논의가 좀처럼 진행되지 못했다. 이는 일종의 '터부'처럼 여겨지며 누구든 쉽사리 이야기를 꺼낼 수 없는 주제였다. 프랑스는 그중에서도 농업보조금 축소에 대해 가장 강력하게 반대해온 국가였다.

이런 프랑스가 이제는 농업보조금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자 EU는 예상외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누군가가 이 문제를 건드리길 바랐던 듯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군터 외팅거 EU 예산담당 집행위원은 농업보조금 축소가 논의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맞는다. 축소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를 받아들여야만 한다. 좋은 신호다"라고 답했다.

EU 내부의 농업보조금 전문가들도 보조금 축소가 피할 수 없는 선택지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시점부터 EU 예산에는 엄청난 구멍이 생기게 됐기 때문이다. 이를 메워야 하는 EU 국가들 입장에서는 가장 불필요하다고 인식되는 분야부터 예산을 삭감해야 하는 것이다.

또 지난해 말 EU는 '항구적 안보협력체계 (PESCO)'라는 일종의 공동방위군을 창설했다. 즉 국방, 안보 등에 EU의 초점이 집중되며 비교적 문제 해결이 덜 시급한 농업에는 관심이 떨어지게 됐다.

EU 당국 차원에서는 농업보조금 축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것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직격탄을 맞는 농가는 울상이다. EU 국가 중 농가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인 체코가 대표적이다.

체코 정부의 한 관계자는 농업보조금 축소 움직임에 대해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힘든 상황"이라며 "농업 종사들은 물론 국민에게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왜 체코가 차별을 받아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에 대해 "성공적인 농가들이 사업을 확장하는 것을 막을 뿐 아니라 관련 업계 내 고용창출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체코를 비롯한 많은 동유럽 국가들은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 농업에 대한 비중이 큰 편이라 이번 문제가 동서 유럽의 사이를 틀어놓는 또 다른 요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동유럽 국가들에서는 EU에 대한 회의론적 시각을 가진 정당들이 힘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서유럽 국가들도 동유럽 국가들이 EU의 규정을 제대로 따르지 않으면 브렉시트 후 EU 예산안에서 이들 국가에 지급하는 지원금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브뤼셀(EU 상징)은 동유럽과 더 이상의 지저분한 대립은 피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하경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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