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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연중무휴’ 아웃렛 노동자들, 올 설날도 뺏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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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째 명절에도 문 열어…위탁 운영자들도 “아웃렛 눈치 보여 영업할 수밖에”

대형 의류 아웃렛 매장들이 명절 연휴에도 쉬지 않는 ‘연중무휴’ 방침을 강행해 올해 설에도 매장 입점 사업자와 노동자들이 고향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아웃렛 매장들의 과도한 매출경쟁이 영세 업주들과 노동자들의 명절을 빼앗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설 당일인 지난 16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있는 마리오아울렛·현대시티아울렛 가산점·패션아울렛 W-mall 등의 매장들은 오전 10시나 낮 12시부터 밤 8시까지 평소와 다름없이 환하게 불을 밝혔다. 이곳에 입점한 1000여개 점포의 사업자와 위탁 운영자 및 판매노동자들은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는 대신 ‘울며 겨자 먹기’로 영업에 나서야 했다.

마리오아울렛에서 10여년간 의류 수선업체를 운영해온 ㄱ씨는 “올 설에도 부모님 산소를 찾아뵙지 못했다”고 말했다. 마리오아울렛은 2015년 설 명절을 제외하고 2014년부터 매년 명절 당일에도 쉬지 않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ㄱ씨는 “1년마다 임차 계약을 갱신하는 수선업체들은 계약서에 따라 본사 영업시간을 지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웃렛 측은 설 당일에 한해 근무자들이 무료로 식사할 수 있도록 식권을 발급했다고 밝혔지만 ㄱ씨는 이 식권조차 받지 못했다. ㄱ씨는 결국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며 영업에 나섰지만 이날 매출은 평소의 반절에 그쳤다.

입점한 매장의 위탁 운영자들 상황도 마찬가지다. 마리오아울렛의 위탁 운영자 ㄴ씨는 “브랜드 본사와 6개월 단위로 계약을 하는 위탁 운영자로서는 쉴 때마저 본사 협력사인 아웃렛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시티아울렛에서 3년째 매장을 위탁 운영해온 ㄷ씨도 “직원들은 돌아가며 쉬더라도 점주들은 반드시 가게를 지켜야 한다”며 “명절 휴무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아웃렛들의 연중무휴 정책이 2014년 현대시티아울렛이 개점하면서 매출 경쟁이 격화된 이후 시작됐다고 말한다. 현대시티아울렛 가산점 관계자는 “상권 특성상 명절 영업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위탁 운영자 등의 근태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마리오아울렛 관계자는 “대기업 아웃렛이 상권에 진입한 이후 연중무휴로 운영하고 있지만 직원 휴무를 보장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회사는 연중무휴 정책을 서로가 먼저 시작했다며 미루고 있다.

지난달 23일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복합쇼핑몰의 월 2회 휴무를 의무화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아웃렛 관계자들은 법안이 아직 통과되지 않아 정기 휴무일 지정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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