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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80여개국 2700명 회원이 소통하는 ‘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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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다문화작은도서관 정은주 부관장

처음엔 말도 안 통했지만, 10여개 동아리가 다양한 문화 활동

캄보디아 출신들은 매달 1달러씩 모아 본국에 ‘분점’도 추진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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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이 많이 사는 경기 안산시 원곡동에는 특별한 도서관이 있다. 2008년 안산시 다문화지원본부 지하 1층에 문을 연 ‘안산 다문화작은도서관’으로, 국내 최초의 다문화도서관이다. 다문화도서관 가운데 가장 많은 23개국 1만1000여권의 원서를 소장하고 있다.

이곳을 찾는 이용자들은 나라와 언어, 문화적 배경이 다르지만 책을 통해 만나 한국말로 소통한다. 도서관에 정식 등록한 회원만 80여개국의 2690여명. 하루 100여명이 도서관에 와서 책을 읽고, 하루 평균 50여권의 책을 빌려간다. 이주민 대다수가 이주노동자들인 만큼 도서관의 주 이용자는 남성이 60% 이상이다. 이들이 많이 찾는 책은 모국어로 된 소설과 자기계발서다.

2014년부터 이곳에서 일해온 정은주 부관장(44)은 “처음에는 찾아오는 이용자도 없고, 말도 안 통해 막막했다”며 “다문화도서관이라는 특성을 살리기 위해 이주민들을 찾아가 손짓발짓으로 대화하고 이주민과 함께 책을 읽으면서 그들의 마음을 알게 됐고, 소통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문화도서관은 도서관 역할뿐 아니라 이주민들의 사랑방 역할도 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세 번째 금요일에 그 달에 읽은 책을 서로 추천하고 소개하는 ‘지구인 금요 책반상회’가 열린다. 이날 이주민들은 손수 준비한 음식을 가져와 나눠 먹기도 한다.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독서자조모임인 독서치료 프로그램 ‘날개달린 도서관’ 등 10여개의 동아리 활동과 50여종의 문화행사도 진행된다. 10개국 17명은 ‘세계명예사서’로 임명돼 정 부관장을 돕고 있다.

정 부관장은 “도서관을 방문한 이주민 중 모국에서 도서관을 이용해 본 사람은 5%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도서관에 처음 와봤다고 말한다”며 “하루 종일 노동을 해서 힘든데도 퇴근 후 도서관을 찾아 책을 읽고, 빌려 가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 부관장은 한국에서 일하다 본국으로 돌아간 이주노동자들의 초청을 받아 오는 22일 캄보디아 프놈펜을 방문할 예정이다. 한국에 머물 당시 도서관을 애용했던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이 본국에 돌아가 뜻을 모으고 자기 나라에 다문화작은도서관 같은 도서관을 건립하기 위해 초청한 것이다.

이들은 매달 1달러씩 모아 ‘모이(1)돌라(달러) 작은도서관’을 건립, 스스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들의 뜻을 알게 된 정 부관장과 안산지역에 거주하는 캄보디아 결혼이주민, 크메르노동권협회도 ‘모이돌라 도서관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기금을 모으고 있다.

정 부관장은 “작지만 그들이 스스로 운영할 수 있도록 씨앗자금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용자들이 ‘왜 우리나라 책은 적으냐’고 물을 때 더 많은 책을 구입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더 많은 이주민들이 책을 통해 만나고 소통할 수 있도록 이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좀 더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경태영 기자 kye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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