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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아세안, 임금 인상 압박…'값싼 노동력 의존' 성장모델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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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캄보디아 이주노동자가 태국 남부 파타야에 있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사진=/국제노동기구(I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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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최서윤 기자 = 싼 인건비로 해외기업을 현지로 끌어들였던 동남아시아가 노동계 판도 변화를 맞고 있다. 이 지역 일부 국가의 대대적인 불법 이주노동자 퇴출 방침에 따라 노동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며 인건비가 상승하고 있다.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는 18일(현지시간) “아세안(ASEAN) 지역의 노동 흐름이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확대와 함께 벽에 부딪혔다”면서 “말레이시아와 태국 정부가 외국인 노동력을 엄격하게 제한하면서 동남아의 이주노동자 수백만 명이 빠져나갔다”고 보도했다. 노동시장에 뚫린 ‘인력 구멍’이 인건비 상승을 불러와 저렴한 노동력에 의존하는 성장모델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태국은 지난해 6월부터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기업인에게 벌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말레이시아는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뿐만 아니라 이들을 고용한 고용주를 대거 체포했다. 올해부터는 합법 체류자라더라도 외국인을 고용한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양국 정부의 엄격한 정책에 따라 총 200만명에 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실직 상태에 빠졌고 이들 국가의 노동시장에는 그만큼 구멍이 뚫렸다.

노동 집약적 산업 위주인 동남아 지역에서 ‘인력 구멍’이 기업에 주는 타격은 크다. 외국인 노동자를 주로 고용했던 기업은 비용 상승에 따른 어려움을 내비쳤다. 세계 최대 고무장갑 제조사인 말레이시아의 ‘톱 글러브’(Top Glove) 회장 림 위 차이는 “인건비가 매우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면서 “올해 생산 공장 2개를 추가 건설할 계획이지만 노동력 부족으로 무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톱 글러브는 직원의 절반 이상인 1만3000명이 외국인 노동자다. 현지 기업들은 부족한 일손을 외국인 노동자보다 인건비가 비싼 현지인으로 채우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유엔은 태국과 말레이시아에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가 약 400만명이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아세안 회원국인 미얀마·라오스·캄보디아·인도네시아·방글라데시·네팔 등 신흥 경제국 출신이다. 이들은 값싼 노동력을 제공했고 기업은 인건비 절감 효과를 봤다. 그럼에도 정부는 불법 이주노동자 규제를 강화했다. 매체는 이에 대해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서구 국가가 법적 보호 없이 동남아에서 일하는 수백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 인권 실태를 비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불법 외국인 노동자 단속에 관한 직·간접적인 영향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 공장을 둔 익명의 한 일본기업 대표는 “만약 오랜 시간 일할 수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구하지 못하면 공장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인건비가 증가해 제품 가격을 인상하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동남아의 경제 성장도 인건비 부담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종합연구소(JRI)의 이와사키 가오리는 “동남아 경제가 발전하면서 이 지역은 저비용 생산 허브로서의 적합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많은 해외 기업이 이웃 국가로 공장을 옮길 수 있다”며 “동남아 국가들은 이제 해외기업 유치를 위해 값싼 노동력 외에 또 다른 유인책을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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