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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도쿄올림픽 같이 보려고 결혼을?…일, 황당 동영상 ‘뭇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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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도쿄도, 제작비 3000만엔 들여 이달 초 공개

도쿄도지사 내레이션 “도쿄올림픽 당신은 누구와 보시겠습니까”

“세금 낭비” “쓸데없는 참견” “친구와 볼 거다” 비판 잇따라




도쿄도가 배포한 결혼 장려 동영상.

“2020년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당신은 누구와 보시겠습니까?”

일본 도쿄도가 올림픽을 계기로 삼아 결혼을 장려하는 동영상을 올렸다가 비판을 받고 있다. 도쿄도는 지난 2일 ‘결혼을 향한 기운 양성을 위한 동영상’을 누리집과 유튜브에 올렸다. 동영상은 한 쌍의 연인이 첫번째 도쿄올림픽이 열린 1964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면서 시작한다. 두 남녀는 남성 쪽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올림픽·패럴림픽을 같이 보지 않으실래요?”라며 프러포즈를 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현대로 돌아온 이들은 “우리도 (결혼을 하자)”라고 결의한다. 마지막에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의 내레이션으로, “도쿄 2020년 (올림픽) 당신은 누구와 보시겠습니까”라는 말이 나온다. 동영상은 1분, 30초, 15초 세가지 버전으로 제작비 3000만엔이 들었다. 도쿄도는 “결혼을 희망하는 이들이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이 열리는 2020년을 구체적 목표로 한 걸음을 더 내딛도록 지원하기 위해 동영상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좋지 않다고 <도쿄신문>은 19일 전했다. 트위터에서는 “쓸데없는 참견이다”, “세금 낭비다” 같은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결혼을 할지 말지를 당국이 캐묻는 공포 영상”, “나는 친구와 올림픽 볼 생각이다” 같은 차가운 반응도 올라왔다.

도쿄도가 올림픽까지 끌어들여 결혼을 장려하는 이유는 ‘소자(저출산)·고령화’ 문제 때문이다. 지난해 후생노동성의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는 2015년 기준으로 50살까지 결혼을 한번도 하지 않은 이들의 비율인 ‘생애미혼율’(전국)이 남성은 23.37%, 여성은 14.06%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남성 4명 중 1명은 적어도 50살까지 미혼이라는 이야기다. 도쿄에서는 생애미혼율이 더 높다. 2015년 기준으로 여성은 19.2%로 전국 1위, 남성은 26.06%로 전국 3위다. 결혼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의식 확산, 비정규직 증가로 경제적 여유가 없는 이들이 늘어난 점이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올림픽과 결혼을 연결시키는 게 설득력도 없을뿐더러 거부감만 준다는 비판이 많다. 오차노미즈여대 젠더학 명예교수인 가이노 다미에는 <도쿄신문>에 “(행정은 결혼 같은) 개인적 일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행정은 비정규직 증가나 저임금, ‘(어린이집) 대기 아동’ 문제를 해결해 결혼이라는 선택지를 고르기 쉽도록 환경을 정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한겨레

도쿄도가 배포한 결혼 장려 동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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