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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굿모닝 내셔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풀꽃'시인 문학관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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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교보생명 글판 중 가장 인기있던 '풀꽃'시인 나태주

충남 공주에 2014년 문 연 공주풀꽃문학관 관광명소로

나 시인 "시은 사람의 마음을 달래주고 힐링하는 역할해야"

“서울 교보생명 ‘광화문 글판’ 가운데 시민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시(풀꽃)를 쓰신 분이잖아요. 작가를 뵙고 싶었는데, 오늘 소원 성취했네요. “

지난 11일 오후 4시 충남 공주시 반죽동 공주풀꽃문학관(문학관). 수도권 지역에서 온 관광객 10여명이 이곳을 찾았다. 문학관을 운영하는 나태주(73) 시인이 이들을 반갑게 맞았다. 관광객 이난희(여·서울 강남구 대치동)씨는 “아 그 유명한 시를 쓰신 분을 만나서 행복하네요”하며 나 시인의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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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시 반죽동에 있는 공주풀꽃문학관 전경. 일제 강점기때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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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공주풀꽃문학관에서 관광객들이 나태주 시인의 풍금 반주에 맞춰 '풀꽃'노래를 부르며 즐거워 하고 있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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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공주풀꽃문학관에서 나태주 시인이 풍금을 연주하며 관광객들과 노래를 부르고 있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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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시인은 관광객들에게 악보를 나눠주고 풍금을 연주했다. 관광객들은 풍금 연주에 맞춰 풀꽃 노래를 따라 불렀다. 악보에 나온 노래는 국민 애송시가 된 나 시인의 ‘풀꽃’에 곡을 입힌 것이다. 이 시는 초중등 교과서에 실렸다. 이해인 수녀가 자신의 홈페이지와 책에 올려 알려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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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공주풀꽃문학관에서 나태주 시인이 자신의 대표시인 '풀꽃'이 적힌 시화를 보며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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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단 세 줄짜리 시다. 나 시인은 노래 연습이 끝나자 관광객에게 사인도 해줬다. 그는 “풀꽃은 무엇이든 관심을 갖고 깊이 들여다보면 소중한 존재가 되고 그 진면목을 알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며 “이 시가 나만이 아닌 ‘너(다른 사람)’를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해 결국 개개인의 자존감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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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풀꽃문학관에 있는 나태주 시인의 서화.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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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문학관이 공주의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2014년 10월 문을 연 이후 연간 1만여명이 찾고 있다. 무령왕릉·공산성 등이 있는 백제 천년의 고도 공주 관광의 필수코스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풀꽃문학관이 인기를 끄는 것은 시 ‘풀꽃’이 2012년 ‘광화문 글판’에 소개된 이후 인기를 끌면서 나태주 시인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덕분이다.

이 시는 2015년 10월 교보생명이 블로그를 통해 ‘내 마음을 울리는 광화문 글판은?’이란 주제로 온라인 투표를 진행한 결과 시민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시로 꼽혔다. 2310명이 참가해 69개 문안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풀꽃’은 1위를 차지했다. 당시 한 시민은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힘든 시간을 보내다가 광화문을 지나는 버스 안에서 풀꽃이란 시를 보고 큰 위안을 얻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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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풀꽃문학관에 전시된 나태주 시인의 시집과 시화가 새겨진 기념품.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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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문학관은 공주시가 일제 강점기에 건립된 목조주택을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건물 면적 191㎡ 규모에 작은 방 4개와 거실, 부엌 등이 있다. 나 시인이 그동안 펴낸 시집 등 서적과 그림, 소장품, 판매용 기념품(에코백·거울) 등이 전시돼 있다. 풀꽃문학관 울타리 주변에는 복수초·할미꽃·부채붓꽃·금낭화·옥잠화·해국 등 계절별로 피는 풀꽃 25종을 심었다. 나 시인은 “풀꽃은 존재감이 별로 없는 식물이어서 사회적 약자에 비유되곤 한다”며 “지치고 힘든 평범한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싶어 풀꽃을 주제로 시를 쓰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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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이 공주 풀꽃문학관에서 자신의 시를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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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시인은 이곳에서 관광객이나 문인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거나 강의를 하기도 한다. 이날도 대전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 8명이 찾아와 나 시인과 대화를 나눴다. 나 시인은 만든 지 수십 년 된 풍금을 연주하며 관람객과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입장료는 없다. 연간 운영비 5000만원은 공주시가 부담한다. 그는 “대부분의 문학관이 전시관 형태를 띠고 있지만, 공주 문인이나 문학 지망생들이 모여 강의를 듣고 회의하고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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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공주역에서 열리는 나태주 시인 작품 전시회. 나 시인의 작품 50점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회는 오는 4월 8일까지 열린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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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시인은 “시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는 사람에게 위로를 주는 것”이라며 “집단이 아닌 나 개인 대한 관심이 커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서에 내 시가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나 시인은 지난 5일부터 오는 4월 8일까지 KTX 공주역 대합실에서 특별전시회를 연다. 공주역 개통 3주년과 2018년 공주 방문의 해를 맞아 여는 행사다. 나 시인 시화 작품 50점을 전시한다. 나 시인은 틈틈이 전시회에 나가 관람객과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서울에 사는 이재경(40)씨는 "아이들과 함께 ktx 이용하기위해 공주역을 찾았는데 뜻밖에 평소 좋아하는 나태주 시인의 작품을 만나게 돼 정말 좋았다"며 "나 시인의 작품 때문에 역이 화사해 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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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공주역에서 열리고 있는 나태주 시인 작품 특별 전시회. 전시회는 4월 8일까지 열린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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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시인은 1945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났다. 63년 공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64년부터 2007년까지 공주지역에서 초등학교 교사(교장 포함)로 일했다. 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시집과 산문집 48권을 냈다. 해마다 전국 중·고교와 지자체 등을 찾아 연간 200여회 강연을 한다. 그는 강연료의 상당 부분은 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부터는 풀꽃문학상을 만들어 재능있는 문인을 발굴하고있다. 나 시인은 “시를 통해 공주를 알리고, 지역 문화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싶다”며 “앞으로도 많은 사람의 가슴에 남는 ‘유용한 시’를 쓰겠다”고 말했다.

공주=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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