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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김영학의 직장에서 살아남기] 용어의 통일성과 유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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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

인간이 태어나서 처음 배우는 것은 말이다. 말하는 법을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사용하는 용어들의 뜻을 공유하고, 이를 통한 진정한 소통이 된다. 말을 하기 이전에는 대부분 바디랭귀지를 사용하는데 물론 제대로 된 소통이 될 수 없다. 아기가 우는 이유는 수십 가지라고 하면, 그 중에 우리가 유추할 수 있는 것은 몇 가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등의 과목을 통해 진정으로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물론 말을 못해서 배우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제대로 말하고 듣고, 일고, 쓰는 것이 중요하고, 누군가 관계를 맺고 지속하기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같은 언어만이 아니라, 그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향유하는 문화를 익히고, 나도 그들과 어울리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언어는 문화를 담고 있다. 다른 나라에는 없지만, 우리나라에만 있는 존댓말 같은 것도 우리가 가진 문화적 배경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이다. 물론 ‘정중한 표현’이 어디에나 있을 수 있지만, 마치 또 다른 언어처럼 존재하는 문화권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용어도 마찬가지이다. 당연히 조직마다 다른 의미로 사용하고 있고, 그 의미에 따라서 각자 조직이 가지는 정체성의 짐작이 가능하다.

직장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문화권에 있던 이들이 모여 하나의 목적으로 나아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쉽게 그러지 못하는 것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말’이다. 어떤 말을 하고,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따라 각자 모두 다르게 해석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오해하고 갈등을 겪게 되는 것은 유사해 보이는 것들을 혼용해서 쓰면서부터이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용어의 제대로 된 통일이 필요하다. 서로가 다르게 이해하면 당연히 다른 활동을 할 수 밖에 없고, 그로 인해 목적 및 목표가 희석되어 원하는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오죽하면 직장상사 언어 번역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가 희화화 되어 나왔을까를 보면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애초에 조직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는 말에 대해 뚜렷한 정의를 내려 본적이 없다는 뜻이다.

코칭 하는 기업에 계시는 분들에게 각자의 직장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을 한번 조사해보고, 각각 그 용어의 뜻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한번 되짚어 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재밌는 것은 흔히 쓰고 있는 용어라고 해도, 모두가 다르게 이해하여 각자가 다른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전 칼럼에서 언급한 ‘목적과 목표’도 마찬가지이다. 업무의 목적과 목표는 일정한 방향과 수치화 된 단계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 둘을 혼용함으로써 실제 지시를 받는 이와 하는 사람간의 불협화음을 자아낸다. 목적을 이야기 하지만 목표로 이해하거나, 그 반대로 하면서 대체 어떻게 해야 모두가 원하는 방향인지를 잘 모른다.

또는 ‘고객’이란 용어도 마찬가지이다. 모두가 ‘고객’이라고 하면 조직마다 각자가 정의한 고객의 범주, 특성, 성향 등이 있을 것이다. 단순히 기존 거래처를 의미하는지 혹은 최종 수혜자를 지칭하는지에 따라 비즈니스 정체성이 매우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리의 비즈니스 중에서 내가 맡고 있는 역할에 대한 아주 쉬운 정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명문화하여 함께 협력 및 협업하는 이들에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수시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늘 감안해야 한다. 함께 일하는 이들, 또는 최종 수혜를 받는 이들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또한 현재 맡고 있는 일의 존재감은 그 일을 맡은 사람뿐 아니라, 그 일이 조직에서 차지하고 있는 의미와도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조직과 연결된 고객, 그 너머의 고객에 따라서도 충분히 영향을 주고 받고 있다. 단편적으로 나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구간만 살피다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누군가로부터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시장 환경의 변화에 따라서 지대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직장도 하나의 그룹이자 커뮤니티이다. 어떤 주제, 소재로 이야기를 하고, 이때 사용하는 용어나 표현이 그들의 문화뿐 아니라, 본연의 비즈니스 철학까지 담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당연히 이를 받아들이는 직원도, 함께 일하는 파트너도, 최종 수혜자가 될 고객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 영향은 내 직장생명의 지속가능성과도 연결되어 있다.

내 자리를 오래도록 유지하고 싶다면, 주로 쓰고 있는 용어와 표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과연 내가 어떤 뜻으로 사용하고 있고, 함께 일하는 이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말이다. 그 이해의 폭과 방향의 통일성과 유연성에 따라서 갈등 유발자 또는 중재자가 될 수 있다. 당연히 중재자가 조금 더 오래도록 일을 할 가능성이 높다.

말에는 힘이 있고, 그 힘은 자리나 그 사람이 가진 전문성도 있지만, 그 말이 얼마나 정돈되어 있고, 어떤 철학과 사명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지도 중요하다. 적어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말 때문에 분쟁의 소지를 겪는 것만큼 불행한 일은 없다. 말로 천냥 빚도 갚는 세상인데 말이다.

김영학 이직스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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