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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취재파일] 美 '에어포스 원' vs 韓 '공군 1호기'…같은 점 다른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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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슨 포드 주연의 영화 '에어포스 원'(Air Force one)은 하늘의 백악관이라 불리는 미국 대통령 전용기의 일단을 엿볼 수 있게 합니다. 영화이니만큼 과장된 면이 있겠지만 실제 전용기 역시 첨단 방어 시스템은 물론 백악관과 다를 바 없는 대통령 업무 지원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 때 타고 온 전용기가 바로 그 '에어포스 원'입니다. 보잉 747-200B 여객기를 개조한 VC-25A로, 백악관 집무실에서처럼 비화(암호화) 통신과 화상회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인터넷 연결 시스템과 85개 전화 회선도 지원됩니다.

또 재급유 없이 1만3000여㎞를 비행할 수 있고 공중에서 지상으로 교신하는 위성통신 장비뿐 아니라 다양한 주파수로 세계 여러 나라와 통신할 수 있습니다. 대공미사일 회피 기능과 핵폭탄 폭발 시 발생하는 EMP(전자기파) 공격을 막는 장비도 탑재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마디로 전 세계 어디서든 국정을 총괄하고 군 통수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주는 '하늘의 요새이자 집무실'인 셈입니다. 초강대국 미국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습니다만, 그렇다면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대통령의 전용기는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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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에어포스 원' 공군기 - 韓 '공군1호기' 민간 전세기

우리나라 대통령 전용기는 '공군 1호기' 입니다. 물론 한 대입니다. (공군2호기가 있긴 합니다만 크기나 용도면에서 차이가 있어 제외합니다.) 반면, 미국은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을 2~3대씩 운용하고 있습니다. 항공 교통 관제 시 사용하는 호출 부호도 다릅니다. 우리는 대통령이 탑승한 전용기를 '코드 원'으로 부르는 반면 미국은 '에어포스 원'을 그대로 사용합니다.

미국 대통령이 탑승하고 있는 미 공군기라면 기종에 관계없이 '에어포스 원'이 됩니다. (영화 '에어포스 원'에서도 해리슨 포드가 추락하는 전용기에서 탈출해 다른 수송기에 오르자 조종사가 '지금부터 이 기체가 '에어포스 원'이다'라는 교신을 보내고 곧바로 전투기들이 수송기 호위에 나서는 장면이 나오는데 바로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더 큰 차이는 미국 '에어포스 원'의 경우 미 공군의 자체 비행기인데 반해 우리 나라의 '공군 1호기'는 민간에서 임차한 전세기라는 점입니다. 현재 우리 대통령 전용기는 보잉747-400(2001년식) 기종으로, 대한항공 소속 여객기를 빌려 쓰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2월 대한항공과 5년간 1천 157억 원에 장기 임차 계약을 맺고 그해 4월 첫 비행을 시작했습니다.

400석이 넘는 좌석을 200여 석으로 줄이고, 일반통신망과 위성통신망, 미사일 경보 및 방어장치를 장착했습니다. 미사일 방어장치 구축을 위해 300억 원 정도가 별도 투입됐다고 합니다. (그렇다 해도 미국 대통령 전용기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4년 말 계약 만료에 따라 2020년 3월까지 5년간 1421억원에 재계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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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용기 구매 시도, 우여곡절의 역사

전용기 도입 필요성을 처음 거론한 건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2005년 당시 공군1호기(현 공군2호기)는 1985년에 도입된 보잉737-300기종(40인승)이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지금 1호기는 사실상) 국내용이다. 미국과 유럽 등 멀리 정상외교를 가게 될 경우엔 1호기로 안 된다. 새로 장만하는 결정을 하게 되면 그게 적용되는 시기는 제 임기 중이 아니고, 아마 다음 대통령도 해당 없고 그 다음 대통령 때나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이듬해인 2006년 6월 전용기 구매 예산을 요청했지만,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전용기를 구입할 예산이 있으면 5만 원 전기세를 못내 촛불을 켜고 사는 수많은 빈곤층에 따뜻한 눈길을 돌려야 한다"며 전용기 구매 예산안(착수비 300억 원)을 전액 삭감했습니다. 2007년에도 착수비 150억 원을 신청했지만 역시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전용기 구입 시도는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다시 추진됐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민주당이 과거 한나라당과 같은 논리로 반대했습니다. 여당이 된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부 때 전용기 구매를 반대했던 것에 대해 사과했고 이를 민주당이 대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보잉사와의 협상 과정에서 현격한 가격 차로 전용기 구입 시도는 또다시 백지화됐습니다.

● '구매 vs 임대' 논의 시점…고려해야 할 것들

현재 대한항공으로부터 임차한 대통령 전용기는 계약 만료가 2년 남짓 남았습니다. 이제 전용기를 구매하든 임차계약을 다시 하든 재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정부는 물론 여야도 전용기 구매에 대한 당위성과 필요성은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경제상황과 여론을 이유로 현 단계에서 도입이 맞느냐를 놓고는 이견이 갈릴 걸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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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찬성 쪽은 전용기 임차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이 걸맞지 않는다는 주장을, 반대쪽은 경기 침체로 국민 생활이 어려운 이 시점에 구매는 맞지 않는다는 반박을 내놓을 가능성이 큽니다. 양쪽 다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어느 선진국에서는 국회의원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한다더라' 하는 내용이 우리 국민 눈에 미담, 혹은 부러운 모습으로 비쳐져 온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반론도 있습니다. 대통령은 국정을 총괄하고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자리입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발생해도 즉각 대응이 가능해야 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APEC과 ASEAN 정상회의 참석 후 귀국 도중 위성전화를 통해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로부터 포항 지진 발생에 대한 보고를 받고 각종 조치를 지시한 바 있습니다. 이런 대응 체제를 갖추는 데에는 역시 임차 보다는 구매가 유리합니다.

특히나 대통령 업무의 상당 비중이 외교인 점, 또 과거와 달리 각국 외교 수장이 아닌 정상 간 외교가 일반화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구매든 임차든 적절한 전용기 확보는 반드시 필요해 보입니다. 분명한 건 이 문제를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국익에도, 정치권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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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모 기자 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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