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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위기의 롯데]트랙서 미끄러진 신동빈…경쟁사 수장들은 '미래투자' 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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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총수 부재로 해외사업 모멘텀 상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깜짝 놀랄 발표' 현실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글로벌경영 원년 선포
아시아경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관련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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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유통업계 1인자' 롯데그룹의 시계가 총수 구속 사태로 멈추면서 경쟁사들 약진이 더욱 두드러지게 됐다. 신세계그룹, 호텔신라 등은 최근 강력한 오너 리더십을 앞세워 해외 투자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지난 13일 신동빈 회장 구속으로 특히 해외 사업에 직격탄을 맞았다. 롯데 측은 신 회장 유고에 대해 "투자·고용 확대, 지주회사 완성, 호텔롯데 상장 등 현안을 앞두고 큰 악재로 작용할까 우려스럽다"며 "호텔롯데 상장은 당장 급하지 않더라도 투자와 고용, 지주회사 완성은 총수 리더십을 통한 모멘텀이 필수적인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해외 투자 확대의 경우 원맨쇼를 펼치던 신 회장 부재로 곧바로 '스위치'가 꺼질 위기다. 롯데 해외 사업은 그간 신 회장 개인의 해외 정·재계 네트워크와 인맥에 상당 부분 의존해왔다. 롯데는 중국, 동남아시아, 미국, 유럽, 러시아 등 지역에 10조원 이상을 투자한 해외 사업을 신(新) 성장동력으로 삼고 적극 확대하던 차였다.

유통업 부문에서 신 회장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여파가 본격화한 지난해 3월 이후 동남아, 러시아 등을 직접 찾아 고군분투했다. 현지 유력 인사들과 접촉하며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해갔다.

이런 가운데서도 해외 파트너사들은 '신 회장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데 우리 사업에 영향이 없겠느냐'는 우려를 할 수밖에 없었다. 롯데 측은 일단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파트너사를 안심시켰으나, 이제 신 회장 구속 소식이 전 세계에 타진된 마당에 임기응변식 답변을 하기조차 힘든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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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사진=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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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에서 미끄러진 신 회장과 달리 경쟁 유통기업 총수들은 자신의 페이스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선두에 있다. 지난해 해외 투자와 관련한 '깜짝 놀랄 발표'를 예고한 정 부회장은 올해 들어 속속 공언을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 중순 베트남에 머물며 이마트 호찌민 고밥점, 추가점 부지 등을 둘러보고 동남아 사업 계획을 챙겼다. 경쟁 업체를 방문하고 현지 사업 관계자 등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는 베트남 호찌민 내에 2020년까지 4~5개 점포를 더 열 계획이다. 2020년까지 호찌민에서 업계 1위, 10년 내 베트남 전체에서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다. 동시에 베트남을 비롯해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전역으로 매장을 확대하고 한국 상품도 수출할 계획이다. 베트남 외 지역 중 구체적으로 추가 진출 계획이 거론되는 곳은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이다.

동남아 추가 진출이 깜짝 놀랄 발표인지 알았더니 또 다른 빅 이슈가 드러났다. 지난달 말 신세계는 이커머스 사업에 국내 최대 규모 수준인 1조원 이상 투자를 유치했다고 돌연 발표했다. 외국계 투자운용사 2곳이 신세계의 미래를 주목하고 거액을 베팅했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로 나뉘어 있는 온라인사업부는 하나로 합칠 예정이다. 이커머스 사업을 전담하는 회사를 설립, 그룹 내 핵심 유통 채널로 육성한다. 대규모 투자 유치와 이커머스 법인 신설을 성장 발판으로 삼아 5년 후인 2023년 현재의 5배 규모인 연간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신세계는 밝혔다.

정 부회장의 주무기이자 실험실인 이마트는 세계 최대 시장 미국 진출까지 추진한다. 피코크와 노브랜드 등 자체브랜드(PB) 제품을 앞세워 미국 시장에 도전할 채비다. 쉴 새 없이 미래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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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회장 구속으로 큰 타격을 입은 롯데면세점과 달리 업계 2위 신라면세점의 앞길은 탄탄대로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올해를 '글로벌 경영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이 사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2018년을 호텔신라 글로벌 경영의 원년으로 삼자"며 "그러기 위해 우선 해외 신규 사업장을 조기에 안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호텔신라는 이 사장 진두지휘 하에 앞으로 국내보다는 글로벌 경영에 주안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올해 해외 매출 목표는 1조원 플러스 알파(+α)다. 전체 매출(예상치 5조원)의 5분의1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도 올해 신년사에서 "우리의 미래 성장 동력은 해외에 있다. 동남아 시장 확대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으나, 이 역시 신 회장 구속으로 차질이 불가피하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에 매출의 80%를 차지하던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잃은 롯데면세점은 설상가상으로 연 1조원대의 월드타워점 사업권 취소라는 위기까지 맞게 됐다. 재판부는 롯데가 K스포츠재단의 하남 체육시설 건립 비용 명목으로 70억원을 낸 것이 제3자 뇌물공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관세청이 롯데의 면세 특허 취소 여부를 놓고 검토에 착수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충분한 법리 검토를 거쳐 롯데면세점 특허 취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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